중국문화의 두 패턴은 도가와 유가다. 유가가 이 세상을 구제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파라면 도가는 '인위'(人爲)'를 버리고 '자연의 도'를 이상으로 삼는다. 유가의 시조가 공자라면 도가의 시조는 노자다. 노자의 사고방식은 자연을 따를 뿐만 아니라 유가의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을 뒤집어보는 일종의 변증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늘 상식화된 현실을 보고 그에 적응하다 보면, 그 반대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여기에서 현실주의의 '하면 된다'는 끊임없는 욕망의 인위를 한 번 뒤집어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자의 철학적 가르침이다.
노자는 '노담'(老聃)의 존칭이자 그의 사상이 담긴 책 이름이다. '도덕경'(道德經) 혹은 '노자 도덕경'이라 흔히 부르기도 한다. 일설에는 그의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는 담(聃)이라고도 한다. 실존 인물인지, 또 그가 이 '도덕경'을 썼는지 불확실하다.
이 책은 기원전(B.C) 510년 전국시대에 나왔는데, 주로 도가에 속하는 사람들이 쓴 것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노자'는 후한(後漢)시대 주석본과 위(魏)나라 왕필의 주석본이다.
노자 사상의 첫째 특징은 '자연주의'다. 이 사상에서 나온 것이 '반문명론'으로, 인간 문명론을 대표하는 유가의 사상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유가에 대해 노자가 말하기를, "큰 도가 없어져서 유가가 인의(仁義)를 말하고, 위대한 것을 들먹이니 큰 거짓이 나타나고,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니 효자가 나오고, 국가가 혼란하니 충신이 나온다"라고 비판했다.
노자가 생각한 이상사회는 당시까지 남아있던 중국 태고의 농촌 모습이었다. 자연을 위대하게 보고 그 자연을 이상화한 것인데, 다른 문명권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고대인의 자연관이다. 이 자연주의는 세속의 허위를 고발하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면 문명 부정이 된다.
노자 사상의 두 번째 특징은 '유무(有無) 변증법'이다. 이 세상에 무(無), 즉 텅 빈 공간이 없다면 유(有), 즉 온갖 사물이 들어갈 수가 없다. 텅 빈 교실을 보고 비었다고 불평하지만, 그 공간이 없으면 책상도 학생도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유무는 같이 있다.
동양화에서 '여백의 미'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노자의 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것과 연관하여 노자는 뭘 자꾸 하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공부를 예로 들면, 많이 읽고 외우고 지식을 넓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빈둥빈둥 아무 생각 없이 놀아야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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