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전 논란' 안심연료단지 지금은?

낮엔 먼지 발생 줄었다지만…한밤 연료 반입 트럭들 줄지어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들이 연탄공장과 시멘트공장을 가리키며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들이 연탄공장과 시멘트공장을 가리키며 "연탄가루와 시멘트 먼지로 주민들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월부터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건강영향평가가 시행되는 가운데 비산먼지대책위원회가 연료단지 이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월부터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건강영향평가가 시행되는 가운데 비산먼지대책위원회가 연료단지 이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연탄공장 이전이 언제쯤 가능한가요?"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전은 확실한가요?"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가 5월부터 시작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 대상 기관 선정을 위해 이달 6일 조달청을 통해 공고를 했고, 이르면 이달 말 조사 기관이 선정된다. 내년 초에 채택되는 최종보고서의 결과에 따라 안심연료단지는 이전 기로에 설 전망이다.

조사 결과 연탄먼지로 말미암은 주민 피해가 실질적으로 드러나면 주민들은 연료단지 업체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방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영향조사의 실시 자체를 모르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조사에는 꼭 응할 것"

20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내 율암7통 경로당. 점심을 마친 할머니들이 경로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안 얘기로 푸념을 늘어놓던 할머니들이 안심연료단지 얘기로 화제를 돌리자 정색하며 "어떻게 해야 쫓아낼 수 있냐"며 다그치듯 물었다.

최근 이전이 이슈로 떠오르고 동구청이 수시로 점검을 나오면서 과거보다는 먼지 발생이 많이 줄었지만 밤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했다. 연료를 주로 밤에 반입하는 탓에 트럭에서 연료를 내리는 소리, 트럭 화물칸 문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텅텅'하는 소음 탓에 밤잠을 설칠 때가 잦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건강영향평가 실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X-선 촬영과 경북대병원에서 재검진까지 한 김복순(72'여) 씨는 "또 사진 찍느냐"면서도 "고혈압, 당뇨 등으로 지금도 병원에서 약을 타 먹고 있다. 귀찮지만 이번 조사가 연료단지 이전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0년대 예천에서 이사 왔다는 한 할머니는 "먹고살려고 여기까지 왔지만 환경이 무척 나쁘다. 누구 할 것 없이 몸이 불편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용계1동 경로당. 10여 명의 할아버지가 모여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할아버지들도 연료단지 이전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한 할아버지는 "겨울에는 연료단지 동쪽으로 먼지가 집중적으로 날아오고 여름에는 한 달 중 27일 동안 서쪽으로 먼지가 날아온다"고 했다.

지난해 경북대병원의 재검진에서 폐결절로 판정난 박찬해(76) 씨는 "숨이 답답해 걷기도 힘들다"며 "2~3년 전부터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더니 지난해 말부터 부쩍 심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영향평가를) 해야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자 씨는 "공군기지 K2도 특별법 통과로 이전이 멀지 않았는데, 연료단지 이전을 두고 이렇게 논란이 많을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이전을 요구하는 데도 이렇게 버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은희진 안심2동 비산먼지 대책위원장은 "주민 대부분 나이가 60, 70대인 탓에 건강영향조사 실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범위, '남북(南北) 500m, 동서(東西) 700m'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늦어도 5월부터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가장 관건인 조사 범위는 안심연료단지 부지 경계선에서 남북(南北) 500m, 동서(東西) 700m 내 40년 이상 사는 주민을 대상으로 했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현실적인 범위와 바람이 불 경우 대기로 확산하는 연탄먼지의 유형 등을 고려해 범위를 확정했다.

동서가 더 넓은 이유는 겨울 북서풍이, 여름 남동풍이 불면서 동서로 연탄 먼지가 더 광범위하게 날아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더 주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안심연료단지 주변의 인적 구성과 지리적 요인 등을 고려해 조사 범위를 결정했고, 전문가들과 최종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1971년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주민은 2만3천여 명이고 현재까지 거주하는 주민은 1만1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남북 500m, 동서 700m 내에 살고 있는 주민은 2천800명~3천 명가량이다. 이 인원이 주민건강영향조사 대상인 셈이다. 실제 대상 인원이 너무 많으면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적으면 피해 정도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정 조사 인원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하지만 주민건강영향평가에 실제로 응할 주민은 1천 명 내외로 보고 있다. 의료진이 상주해도 무관심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는 주민도 적지 않다는 것.

국립환경과학원 김건배 연구관은 "기준 범위에 해당하는 주민들은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건강영향평가를 하면 통상 주민 50%가 조사에 응하면 많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달 6일 조달청을 통해 입찰 공고를 했다. 비용은 국비 3억5천만원, 시비 1억5천만원 등 총 5억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 측에서 입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응하면 전문가들이 해당 병원들에 대해 기술 평가를 통해 이달 말 최종 낙찰 병원을 결정한다. 병원 한 곳만 입찰에 응하면 2주간의 추가 공고를 거쳐야 하는 탓에 다음 달에야 최종 낙찰될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5월에는 주민영향평가를 시작하고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종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김 연구관은 "최종 보고서는 전문가들의 합의로 채택하고,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방법은 '흉부 CT 또는 내시경'

건강영향조사가 시작되면 의료진이 안심연료단지 인근에 상주해 주민들을 직접 진찰한다. 조사에 응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지금까지의 피해 사례 등을 설문조사하고, 흉부 쪽을 집중적으로 검진한다. 흉부는 CT 촬영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또 진폐증 또는 탄분증 의심 환자는 기관지 내시경 검사도 추가로 진행한다.

대상 범위 지역 내의 그동안의 암 발생 빈도, 폐 관련 질병 유병률 등을 조사해 연료단지와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조사가 병행된다. 김 연구관은 "연탄먼지로 인한 주민 피해 정도를 밝히는 조사의 특성상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결과, '이전 기로'

대구시와 동구청도 건강영향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심연료단지 이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구시와 동구청이 조사 결과에 따라 특단의 대책을 세울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 주민들이 피해를 받은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연료단지 업체들이 직면할 상황은 지금과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조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연료단지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주민들은 결과에 따라 연료단지 업체들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형사상 소송 등 손해배상 소송에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통'반장을 동원해서라도 주민들이 건강영향평가조사에 응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고, 연탄먼지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 과학적으로 드러나면 지금까지 조용하게 활동하던 것에서 벗어나 실력행사 등 강도 높은 이전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주민들은 결과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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