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컨슈머리포트 '비교공감'이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등산화를 시작으로 11개 품목의 비교정보를 제공한 비교공감은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제조업체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조사 대상 선정의 공정성, 평가 기준의 적절성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교공감에 웃고 우는 제조업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3월 21일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를 벤치마킹한 K-컨슈머리포트, '비교공감'을 선보였다.
첫 비교 대상은 등산화였다. 소비자들이 많이 착용하는 상위 5개 브랜드의 20만원대 일반용 등산화와 10만원대 둘레길용 등산화 10종을 선정했다. 아웃도어 인구의 증가로 등산화 시장도 급격히 성장했지만 최근 5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이 1천 건이 넘을 정도로 불만이 높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내수성, 미끄럼 저항 등 7개 항목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후 품질 비교 및 추천제품을 발표했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포턴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비롯해 네티즌이 몰리면서 보고서를 볼 수 있는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는 다운되기까지 했다.
주부 김형은(31) 씨는 "그동안 물건을 구입할 때 블로그에서 사용 후기를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블로거들이 상업적 의도로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신뢰도가 떨어졌었다"며 "비교공감은 그런 면에서 믿을만하고 실제로 추천제품들은 만족스러워 정기적으로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관심은 업체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교공감에서 추천제품으로 꼽은 코오롱스포츠의 등산화 페더는 발표 직후인 지난해 4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250%나 늘었다. 페더와 함께 추천된 블랙야크의 레온도 정보 공개 직후 판매량이 2배 이상 크게 뛰었다.
이후에도 변액보험, 어린이 음료, 무선주전자. 젖병 등에 대한 비교정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비교공감 5호가 추천한 아가방앤컴퍼니의 닥터브라운 젖병은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20%나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비교공감 10호에서 추천한 동양매직 식기세척기도 소위 대박이 났다. 비교 대상이 된 동양매직의 제품은 고가라인으로 주력 판매품이 아니었지만 수입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기능이 탁원하다는 보고서 내용으로 11월 한 달간 1천 대가 팔려나가 매출이 7배나 치솟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비교공감에 큰 영향을 받자 추천제품으로 선정된 제품들은 비교공감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입 유모차는 외국보다 국내가 비싸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수입업체들이 10~15%가량 인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공감 추천제품으로 선정되면 입소문 마케팅보다 더 극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성 논란은 결국 예산이 문제
출범 1주년을 맞은 비교공감에 대한 비판도 있다. 1년 전부터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평가 대상 상품 선정의 공정성, 평가 기준의 적절성, 평가 과정의 효율성, 예산'권위 부족 등이다
공정성과 평가 기준, 과정 등의 문제는 독립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구매'테스트 해야 하고 테스트 장비와 전문연구원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결국 예산이 문제의 원인이다.
비교공감의 연간 예산은 10억원. 전문적인 실험과 평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교공감이 벤치마킹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경우 자동차 평가에만 매년 2천100만달러(234억원)를 쓴다.
공정성 시비가 일자 보고서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된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변액보험을 다룬 비교공감 2호의 경우 생명보험협회가 소송 제기 가능성까지 들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와 달리 정부 주도로 생겨난 만큼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평가는 독립적인 소비자단체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평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젖병 비교평가에서는 사전 논의와 공정위의 조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평가 자체는 어디까지나 독립적인 소비자단체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평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젖병 비교평가에서 보듯 발표 내용에 대한 사전 논의와 조정이 있었다. '관제 컨슈머리포트'라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공정위가 추천제품에 2만원이 넘는 가격의 수입제품 2품목을 제외하고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제품을 추천하자고 나서자 소비자단체가 결국 의견을 받아들인 것.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비교공감에 급격한 예산 증대는 어려울 것이라 미국의 사례처럼 유료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우리 국민은 인터넷 정보에 대한 지불 의지가 매우 낮아 실효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비교공감이 장기적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구독하게 될 수 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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