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포항과 대아그룹

요즘 포항에서 술자리를 가지면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가 하나 있다. 포항을 대표하는 기업인 대아그룹에 관한 것이다. 창업자의 셋째 아들이 부정 대출한 돈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다거나 부동산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는 이미 구문(舊聞)에 속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포항에서 제법 행세를 하는 인사에게서 들은 얘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그 인사는 대아그룹이 포항 산불 구호 성금 1억 500만 원을 낸 것을 두고 "흑막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인즉 대아그룹이 구호 성금을 그냥 낼 리 만무하고 분명히 어떤 흑막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증거도 없고 신빙성도 없는 얘기다. 필자가 보기엔 순수하게 구호 성금을 냈을 뿐이다. 좋은 일을 하고도 이런 오해를 받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최근 매일신문에 창업자의 셋째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아고속해운의 포항~울릉 항로에 관한 기사가 몇 차례 나왔다. 그런데 기사들이 보도되면서 대아그룹에 관한 제보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보 내용은 다양하고 방대하다. 부동산과 관련된 제보가 가장 많고, 이권과 축재 과정 등은 물론이고 노름, 별장, 사채 등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망라돼 있다. 그중에는 얼핏 봐도 턱도 아닌 내용도 있고, 귀가 솔깃한 것도 있다.

그렇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이런 내용을 언론사에 알려주는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 단순히 포항 제일의 부자이기에 시기심과 질투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 기업에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걸까. 그건 아닌 듯했다. 그들은 정의감을 내세웠다. 포항에서 꽤 유명한 인사도 있고, 어떻게 이런 분까지 제보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과거에 대아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들의 제보가 여럿 있었는데 그들의 발언 수위가 가장 셌다.

이를 통해 대아그룹이 포항에서 어느 정도의 평판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만나거나 접한 이들은 포항 시민 전체로 보면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과 달리 일반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시민단체를 통해 여론조사를 하고 싶다. 한 번쯤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포항 시민들이나 대아그룹에도 괜찮을 듯싶다. 포항을 대표하는 기업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한다면 포항 시민으로서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기업이 지역을 대표해야 시민의 자긍심도 살아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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