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은 3'20 사이버 테러 이후 금융회사들과 방송사 등이 피해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쏟으면서 외부 데이터 복구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손상된 서버와 PC를 복구하고 치료 백신을 까는 작업 등으로 인해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
23일 오전 대구 동구 한 NH은행 지점. 토요일이어서 은행 문은 내려져 있었지만 지점 안에서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달 20일 사이버 테러로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를 치료하기 위해 주말에도 지점 직원들이 출근하고 외부 데이터 복구업체도 동원됐다. 3시간여 만에 지점 내 10여 대의 컴퓨터가 모두 복구되자 직원들은 데이터 복구업체 직원들로부터 사용 시 유의사항과 피해를 입었을 경우 대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 직원은 "이달 20일 사이버 테러 당시 컴퓨터가 갑자기 멈춰 서면서 컴퓨터를 껐는데 일부 데이터가 손상을 입었다"며 "랜(LAN) 선만을 뽑고 전원을 내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20일 KBS'MBC'YTN과 신한'농협'제주은행 등 3개 은행, NH생명보험'NH손해보험 등 2개 보험사 전산망에서 동시다발로 장애가 발생한 3'20 사이버 테러로 피해를 입은 서버와 PC는 총 3만2천여 대. 2007년부터 2년 간격으로 있었던 사이버 테러 중 피해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피해 규모가 크다 보니 복구 작업도 이전 사이버 테러들보다 더딘 상황이다. 사내 전산 전문 직원들만으로는 부족하자 외부 데이터 복구업체들에 작업을 맡기면서 대구 지역 데이터 복구업체들은 20일 이후 쉴 새 없이 일감이 몰리고 있다. 한 데이터 복구업체의 경우 엔지니어와 영업 등 직원 20여 명이 밤낮과 주말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도 수주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복구업체인 명정보 관계자는 "20일에만 은행 PC 200여 대의 복구 작업 요청이 들어왔다"며 "평소보다 20~30배의 물량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체들은 부팅 영역이 망가진 경우 포맷을 통해 빠른 복구가 가능하지만 하드디스크가 손상되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완전한 정상화는 이번 주말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복구업체 관계자는 "악성코드 감염 이후 PC 전원을 끈 경우 데이터 손상이 큰데 이런 경로로 하드디스크가 손상된 PC들이 많아 예상보다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 은행 지점마다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등 혹시 모를 2차 테러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