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한 대학 호텔조리학과에 재학 중인 A(20) 씨는 '성 바오로 청소년의 집'이라는 보육시설에서 자랐다. A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만 19세가 되면 자신이 어릴 때부터 살아왔던 시설을 나와 홀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을 나온 선배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던 A씨는 홀로서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이때 A씨는 성 바오로 청소년의 집을 자주 찾아오던 자원봉사자를 통해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이라는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참가를 결심했다. A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전문점에서 직업체험을 했는데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요리' 분야로 진로를 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보육원이나 고아원 등 보육시설에 사는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단법인 청나래와 성 바오로 청소년의 집은 지난 2011년 'Step by Step'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보육시설에 맡겨진 청소년들은 만 19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육시설 청소년들은 시설에서 단체로 생활할 때와 달리 먹고 입는 것부터 직업을 얻는 것까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이때 보육시설 청소년들은 일반 가정의 청소년들처럼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부모도 없어 홀로 있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하다.
청나래 도형환 이사는 "보육시설 청소년들이 홀로 되는 두려움과 경험 미숙, 그리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주변에 없다는 것 때문에 사회 적응에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만든 것이 'Step by Step'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육시설에 있는 만 17~19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나 빨래와 같이 혼자 살 때 필요한 살림 능력, 대인관계 형성법, 경제 교육, 진로'직업 선택 방법 등을 배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실제로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서 직접 업무를 해 보거나 자립 생활관을 통한 실습 등 직접 체험으로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직업 교육에만 그치던 기존의 청소년 자립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진로나 취업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Step by Step'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사단법인 청나래 회원들의 기부와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나래 회원들은 기부금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커피숍을 운영하는 회원들은 자신의 가게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내놓기도 한다.
청나래 김나연 간사는 "직접 체험을 통해 혼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인이 됐을 때 사회 적응을 빨리할 수 있게 된다"면서 "앞으로 자립을 앞둔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 일반적인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어른들의 도움'을 대신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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