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자율형사립고에서 전교 1등까지 했던 고교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오후 4시 37분쯤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이곳에 살던 고교 2학년 A(16) 군이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 A군의 옷과 신발, 휴대전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점과 A군이 어머니에게 남긴 메시지로 미뤄 옥상에서 투신,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A군은 투신 전인 오후 4시 34분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통해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글을 어머니에게 보낸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CCTV에는 A군이 엘리베이터로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은 25일 재학 중인 고교에서 수업을 듣다 점심 시간인 오후 12시 20분쯤 가방을 남겨둔 채 학교를 빠져나갔다. 이후 택시와 시외버스를 번갈아 타고 부산 집으로 갔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매달 넷째 주말 집을 다녀가던 A군의 평소 일상과는 달랐다. 이후 A군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도교육청과 경찰 등은 A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 학교에서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A군은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상담전문교사가 상주하는 학교 상담실인 위클래스에서 학교폭력 관련 문제로 상담을 한 적도 없었다. 지난해 3~5월 실시된 정서행동발달선별검사에서도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군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A군이 재학 중인 고교는 중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모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 졸업생 450여 명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 100여 명이 합격할 정도로 진학 성적이 좋다. 이 고교에서 A군은 전교 석차 10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했다. 지난 13일 모의평가 때는 2학년 인문계열 학생 가운데 1등을 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측은 "평소 A군이 주변에 힘들다는 내색을 한 적이 없고 1학년 때 학급 반장, 2학년 들어서는 학급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카카오톡 메시지와 주변 환경 등을 감안할 때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학습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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