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은 오랫동안 비구상 작품에 몰두해왔다.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추상적인 선과 색채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30여 년 전, 계룡산으로 화실을 옮기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계룡산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보고 더 이상 비구상에 몰입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캔버스에는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룡산은 그의 그림 안에서 꿈틀거린다.
'계룡산 화가'로 불리는 신현국의 전시 '산의 울림'전이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4월 7일까지 열린다.
계룡산은 3천여 가지 샤머니즘이 번성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작가는 왜 하필 계룡산을 선택했을까.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초청을 받았어요. 지리산, 제주도 등 많은 산과 바다를 다녀봤지만 계룡산만 한 곳을 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계룡산은 사계절이 굉장히 뚜렷하거든요. 그래서 색감이 시시각각 변하고 감정을 흡수할 수 있는 산이에요."
작가는 비구상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표현성이 강한 구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부드럽고 평면적인 물감으로 산을 형상화하지만 그 안에는 산의 뼈대가 느껴지는 듯 탄탄하다. 산의 장대한 뼈대 위에 풍부한 색감은 계룡산의 기운과 움직임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설산, 봄꽃이 만발한 것 같은 봄산, 붉은 단풍이 가득해 보이는 가을의 산 등이 펼쳐진다. 작가는 이 모든 작품에 '산의 울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장준석 미술평론가는 "신현국의 산은 무형상적인 듯하면서도 산의 다채로움처럼 밀도가 있으며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힘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느껴지는 계절과 산의 풍경은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작품에 빠지지 않는 색감이 있다. 보라색이다. 작가는 계룡산에 들어오기 전에는 싫어하던 색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작품에 보라색이 들어간다. 보라색은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매우 까다롭게 느끼는 색이다. 다른 색감과 어우러지기 어려운 탓이다.
"보라색은 그리운 느낌을 담고 있어요. 화려하지만 사용하기 힘든 색깔이죠. 이상하게도 보라색을 애용하게 된 것이 계룡산에서 경험한 변화예요."
작가는 오랫동안 자연 앞에서 작업하며 구상 작품에 몰두하다 보니 이제 조금씩 '선'이 보인다고 말했다. "모든 자연은 하나의 '선'이에요. 그게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요. 왜 많은 작가들이 선에 몰두해왔는지 저도 공감이 가기 시작해요. 결국 인간의 형상도 하나의 '선'인 거죠. 본질의 맥을 짚어가며 '선'의 작업으로 옮겨가려 해요. 이제 선의 작업으로 들어갔어요. 앞으로 다시 비구상 작품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는 자신과 산의 만남이 '필연'이라고 표현한다.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필연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에는 변화무쌍한 산의 비경을 생명력 넘치게 표현한 작품 80여 점이 선보인다. 053)668-156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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