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순 할머니 반세기 만에 국가보상금 받게된 까닭은

남편 재일교포 북송저지 임무 보상 신청…남산지구대 류경탁 경사 나서

지난 1월 9일 오후 대구 중부경찰서 남산지구대에 김모(83'대구 중구 남산동) 할머니가 한 손에 지팡이를 짚은 채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마침 외근을 마치고 지구대로 들어온 류경탁(38'사진) 경사에게 다가갔다. 김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류 경사에게 내밀었다. 할머니의 남편이 재일교포 북송저지 특수임무수행자 보상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안내문이었다.

김 할머니의 남편은 지난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재일교포 북송저지'라는 특수임무를 맡고 일본에 파견된 잠입공작대원 66명 중 한 명이었다. 공작대는 당시 재일교포들의 북송을 막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일본 경찰에 체포돼 고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김 할머니의 남편도 일본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갖은 고초를 겪고 1961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남편과 떨어져 지체장애 아들과 단둘이 어렵게 살아왔다. 김 할머니가 남편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국가보상금 안내문을 받게 되면서였다. 국가보상금 신청 방법을 몰랐던 할머니는 안내문을 들고 동사무소, 구청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중부경찰서 남산지구대였다.

김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류 경사는 보훈청과 경찰청 보안국 등 관련 부처에 문의했고 김 할머니에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게 한 뒤 보상심의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다.

류 경사와 김 할머니는 이달 15일 다시 만났다. 환하게 웃으며 남산지구대를 다시 찾은 김 할머니는 보상금 지급 결정서를 들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류 경사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류 경사는 "귀가 어두워 대화가 어려웠던 할머니를 보면서 4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힘을 보탰을 뿐이다"며 "다행히 도와드린 일이 좋은 결과로 돌아와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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