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2015학년도부터 대학 입시 제도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은 있지만, 수험생의 혼란을 피하고자 2014학년도는 현행대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도입과 진로 교육 강화, 선행 학습 금지, 대입 전형 간소화 등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 공약은 내년부터 점차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안의 장기 로드맵은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쳤다. 예비고사 대신 학력고사를 치르고, 졸업정원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불 정책, 수능시험의 학력고사 대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교육 정책의 초점을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수시 전형 확대와 쉬운 수능 출제로 맞추면서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현재 대학 입시의 혼란은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대외적 성과를 올리려고 검증되지 않거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은 정책을 마치 시험하듯 성급하게 도입한 데 원인이 있다.
한때 수험생은 자조적으로 대학 입시를 내신, 수능, 논술(면접)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렀다. 수시 전형이 확대된 지금은 여기에다 영어 성적이나 공인 인증 시험 성적까지 더해 '죽음의 오각형'으로 부른다. 결과를 두고 본다면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수험생과는 동떨어져 그 고통을 줄이기는커녕 더 늘린 셈이 됐다. 서 장관의 발표대로라면 최소한 2015학년도까지 이 고통은 전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정부도 여러 교육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목적을 어디에다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여러 교육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교육 잡기가 우선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동안의 교육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 면이 더 많다. 결국, 강제로 사교육을 줄이는 것보다는 장기 대책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현 정부의 드러난 교육 정책 가운데 대입 간소화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도입 등 급격한 교육 개혁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입학사정관제처럼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제도는 혼란을 부른다. 교육 제도는 깜짝 놀랄 만한 획기적인 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현행 제도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폐단을 고쳐 나가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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