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이제 다른 길을 찾을 때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9일 전략미사일부대에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미군 스텔스 폭격기 B-2 2대가 28일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간 후 심야 긴급 최고사령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날 회의에서 "미군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이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최후통첩"이라며 "미제의 핵 공갈에는 무자비한 핵 공격으로, 침략 전쟁에는 정의의 전면 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는 공갈을 잊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군 전략 로케트(미사일)들이 임의의 시각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 작전 전구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북의 위협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이 심야에 회의를 소집해 미사일 발사 대기를 명령하고 이를 언론 매체를 통해 신속히 공개한 것은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니다. 특히 그 전날 우리 정부는 북에 '선대화 후비핵화 논의'라는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방안을 시사한 날, 북은 핵 공격이나 전면전을 운운하며 객기를 부린 것이다. 어떤 국가라도 북한처럼 반응한다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북은 B-2스텔스 폭격기의 독수리 훈련 참가를 트집 잡았다.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은 해마다 해오는 방어용 훈련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장거리 로켓을 쏘고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북이 이런 호전성을 버리지 않는 한 북 위협에 대비한 방어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B-2의 한반도 훈련은 북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한'미의 안보상 공조는 더 잘 이뤄지고 군사력 또한 강해진다는 것을 북에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폭격기'라는 B-2의 한반도 출현에 김정은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핵폭탄을 비롯해 가공할 무기들로 무장한 B-2의 위력을 두려워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한'미 군사 동맹이 공고하고 미국의 국방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 또한 북한이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포함한 국제 의무를 지키게 되면 절로 고립과 군사적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은 미사일 발사로 위협을 할 때가 아니라 다른 길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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