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지혜/소노 아야코 지음/김욱 옮김/도서출판 리수 펴냄
이 책은 서론도 결론도 없다. 흔한 추천사도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은 그냥 낸 책이 아니다. 400만 일본인들이 선택한 화제의 책이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해주지 않는다"라는 불평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그의 인생에서 노화가 시작되는 첫 출발이란다. 자신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궁금하다면 "무엇무엇을 해주지 않는다"라고 불평하는 횟수가 하루에 몇 번이나 되는지를 조사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나이 들기 위해 갖추어야 할 7가지 지혜를 제시한다. ▷자립할 것 ▷죽을 때까지 일을 가질 것 ▷늙어서도 배우자와 자녀와 잘 지낼 것 ▷돈에 얽매이지 않는 정신을 가질 것 ▷고독과 사귀며 인생을 즐길 것 ▷늙음, 질병, 죽음과 친해질 것 ▷신의 잣대로 인생을 볼 것 등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931년생이다. 82세다. 소설가이며 세이신(聖心) 여자대학을 졸업했다. 1954년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1979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성 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1995년 NHK 방송문화상, 1997년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문화상도 수상했다.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책들을 많이 썼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오늘을 감사하며', '부부 그 신비한 관계'등이 있다. 한마디로 노인 문제 전문가다.
자신 역시 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에 접어든 저자가 노인들이 삶을 올바르게 살고 정리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앞에서 든 7가지 지혜는 저자의 생각을 요약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금 노인들은 지혜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고령은 자격도, 지위도 아니다', '고뇌가 사라진 시대가 늙음의 힘을 약화시켰다', '사양의 미덕이 사라졌다', '노인의 언어가 빈곤해졌다'는 등의 주제가 이어진다.
뒤따라 나오는 파트별 제목만 읽어봐도 여유 있는 실버 인생의 설계가 가능할 정도다.
늙었다고 의지하려 들지 말라고 한다. 자립하라는 것이다. 거기서 '내가 할 일은 직접 한다',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더 나아가 '능력이 약해지면 생활을 줄여라'는 과감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적극적 자세도 주문한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놀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인생의 목적과 목표가 노년에도 있어야 하며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고 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배우자와 자식과의 관계를 잘 만들 것을 주문하면서도 '자식의 도움을 기대하지 마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또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며 돈이 없으면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관혼상제에서도 물러나라는 충고도 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주변의 범위가 차츰 줄어든다. 친구도 가고 친지도 멀어진다. 저자는 그래서 고독과 사귀라고 충고한다. 고독을 견디고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혼자 노는 습관도 기를 것을 권한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죽음에 대해서도 '친해지라'고 했다. 질병도 인생의 일부이며 죽음과도 친숙해지라는 말이다. 병이 들어도 밝게 행동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발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죽음과 친해지려면 신에게 다가가는 삶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저세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면 '있다'라고 생각하라고 권한다. 신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신앙이 부실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일방적인 판단을 보완해준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신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세계 전체의 모습이 이해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신앙의 세계와 접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175쪽, 1만3천5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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