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입생 환영회의 진화…알코올 없지만 전공 봉사로 '더 끈끈'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신입생과 2학년 학생들이 MT 대신 28일 대구 서부소방서를 찾아 현직 소방관의 도움으로 소방 체험을 하며 선후배 간의 우의를 다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신입생과 2학년 학생들이 MT 대신 28일 대구 서부소방서를 찾아 현직 소방관의 도움으로 소방 체험을 하며 선후배 간의 우의를 다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흥청망청 술판 신입생 환영회는 없습니다."

과도한 음주 때문에 신입생이 숨지고 술과 기합으로 얼룩졌던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달라지고 있다. 전공을 살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부모와 학교 인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無) 알코올 환영회' 문화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는 것.

◆선'후배, 교수와 함께 '건전하게'

28일 대구 서구 평리동에 있는 서부소방서.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신입생 100여 명과 2학년 30여 명, 전흥균 학과장 등 교수 6명은 소방체험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20여 명씩 한 조를 이뤄 현직 소방관들과 소방훈련을 받았다. 소화기 등 소화설비 사용법을 익히고 직접 불을 끄는 연습을 했다. 불이 나면 발생하는 진한 연기를 직접 맡았고 훈련탑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김정현(19) 씨는 "우리 학과 학생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경험이었고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좋은 자리가 됐다"고 했다. 같은 과 신입생 심재혁(19) 씨는 "신나게 놀 수 있는 환영회는 아니지만, 앞으로 현직에서 뛸 때 필요한 훈련을 받으며 미래 소방관이 된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했다.

계명대 총동아리연합회는 이달 27, 28일 신입생과 선배들이 놀이로 어울릴 수 있는 신입생 환영제를 열었다. 선배가 신입생 후배를 따뜻하게 안아준 '프리허그'(free hug), 준비한 신발에 발이 맞는 신입생들에게 그 자리에서 신발을 선물한 '계명 신데렐라를 찾아라',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면 추첨을 통해 선후배 간에 '중매'를 서는 '내 친구가 되어줘' 등이 인기를 끌었다.

대구가톨릭대 의공학과는 23, 24일 신입생 30여 명 등 120여 명의 학생을 버스 3대에 태우고 국제의료기기 및 병원설비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로 향했다. 손영수 대구가톨릭대 의공학과장은 "신입생들은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학과 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진로와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술판보다 봉사활동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신입생 등 재학생 30여 명은 이달 26일 신입생 환영회의 일환으로 달성군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척추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돌봤다. 신입생들은 교수와 선배들에게서 손을 이용해 마사지하는 도수치료와 운동치료 등을 배우면서 장애인들에게 봉사도 했다. 또 안경광학과 장우영 학과장과 신입생 등 재학생 20여 명은 28일 북구 동천동 한 교회에서 노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안경을 세척하고 시력을 측정해주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물리치료과 3학년 황석호(24) 씨는 "처음엔 놀 수 있는 환영회가 아니라 섭섭하기도 했지만, 봉사를 하고 난 지금은 봉사의 기쁨을 신입생들과 공유하면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물리치료과 서현규(52) 학과장은 "술과 오락위주의 환영회를 봉사활동으로 대신하게 되면서 전공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고 교수와 선'후배 간에 정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대구과학대 물리치료과 교수와 1~3학년 학생 150여 명은 다음 달 4, 5일 대구장애인 종합복지관과 애망원 등을 찾아 술 마시는 환영회를 대신해 재능기부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진화하는 신입생 환영회

부모와 함께 하거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신입생 환영회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대는 다음 달 3일 향토생활관 인근에서 신입생과 부모님을 대상으로 식목행사를 연다. '청년, 나무를 심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신입생 600여 명과 부모가 참석할 예정이다. 신입생들은 모과나무(200그루)와 산딸나무(100그루), 자두나무(100그루) 등 수종을 분양받아 자신의 이름과 꿈을 적어 남기게 된다.

계명대 52개 동아리 회원들은 5월 달서구 지역에서 봉사활동과 문화공연을 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신당동과 이곡동의 거리를 청소하면서 '깨끗한 거리 환경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와룡공원에 부스를 설치한 뒤 지역 주민에게 페이스 페인팅과 풍선아트, 네일아트 등을 선보인다. 차(茶) 동아리는 차 시음행사를 열어 우리 전통 차 문화를 소개한다.

계명대 이만수(컴퓨터공학과 4학년) 총 동아리 연합회장은 "술과 폭력으로 문제가 된 기존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벗어나 선'후배가 격의 없이 대면식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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