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종교·사상에 푹 빠진 톨스토이의 신앙고백

톨스토이 단편집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톨스토이 지음/조병준 옮김/샘솟는 기쁨 펴냄

영국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가 있다. '대문호'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가히 부족함이 없다. 러시아의 3대 문호로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함께 꼽히지만 이들 셋 중에서도 그 으뜸을 굳이 선택하자면 아마도 톨스토이를 주저 없이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는 '전쟁과 평화'(1869), '안나 카레리나'(1877),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0년대) 등이 유명하지만, 톨스토이는 40대 후반에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깊이 숙고했다. '고백록'(1879)은 톨스토이의 생애를 사실주의 문학 중심의 전반기와 종교'사상 중심의 후반기로 나누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그는 한동안 문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신학과 성서 연구에 전념했다.

이 책 역시 톨스토이가 종교'사상에 푹 빠져 살았던 50대에 나왔다. 톨스토이가 누린 영혼의 기쁨과 삶의 본질에 대한 신앙고백 같은 8편의 단편집이다. 이 책의 제목은 요한복음 12장 35절이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Walk in the Light While there is Light).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 세상적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 줄리어스와 가진 것 없으나, 평안과 기쁨을 누리는 유베날리우스를 통해 '참평안, 참행복'을 말하고 있다.

톨스토이가 세상을 떠난 연도(1910년)로부터 현재 100년 하고도 3년이 더 넘었지만, 이 책은 대문호 톨스토이를 신앙의 대선배로 만나게 해준다. 그는 사랑과 믿음, 평안과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전하고, 더 나아가 현대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결핍과 회복에 대해, 진정한 사랑만이 해법임을 제시한다. 더불어 작품마다 묵상글을 담아 함께 나눌 수 있는 팁(조언)으로 제안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해석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단순하고 평범하며, 이해하기 쉽고, 의혹이 없는 가르침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했다. 그의 신앙고백 중 일부다. '지금까지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의 소박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가 말한 것을 이해하거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톨스토이는 '교의 신학비판' '참회록' '나의 신앙' 등 신학적 사상을 체계화시키며, 1899년 '부활'이라는 역작을 펴낸다. 1910년 방랑길에 오른 톨스토이는 그해, 11월 7일 아스타포보역의 역장 관사에서 삶을 마감한다.

264쪽, 1만2천5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