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일인의 눈으로 본 한국은?

대충대충 일처리 능력보다 연공서열 변하 꺼리는 윗선…

그런 그도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문화가 있다. 대충대충 일을 처리하려는 자세, 원칙을 가볍게 생각하는 태도, 능력보다 연공서열을 더 따지는 관행 등이다.

"한국기업이나 공무원들과 일하다 보면 상대를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계약서는 참고사항 정도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변화를 싫어하는 윗사람들이 안 받아들이는 일도 있고요. 그런 탓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이 싫다는 사람도 솔직히 있습니다. 물론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는 한국이 더 세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교류가 적은 탓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이 반도국가이지만 북쪽으로는 막히는 바람에 사실상 '고립된 섬'이란 이야기였다.

"한국과 외국의 중간자 입장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고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예를 들면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구글'이나 '이베이'가 한국에선 토종기업에 밀리는 것이죠. 또 오래전에 대중화된 피자는 고구마, 불고기 토핑을 얹어야 잘 팔리고요. 국제행사에 많이 참석해봤지만, 한국식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세계화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업무 출장이 잦다. 한 달 평균 일주일은 집을 비운다. 국내 도시 가운데 글로벌 도시라고 할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들은 비슷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서울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반인들도 손색없는 국제감각을 갖출 정도로 글로벌해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다른 도시들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광주에는 독일 사람이 저까지 3명 살고 있는데 대구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요?"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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