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어우동과 스캔들

어우동(於于同) 하면 조선시대 최대의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여성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임꺽정이나 장길산에 관한 기록은 단 몇 줄만 적으면서, 어우동의 음탕한 언행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적은 것만 봐도 당시에는 파장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조선 초기의 정치사나 다름없는 성종실록도 어우동의 성 유희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어우동은 사대부집 딸로 태어나 종실 명문가에 출가했으나 문란한 행실 때문에 소박을 맞았다고 한다. 그 후 왕실의 종친과 고관대작은 물론 젊은 관리와 아전, 심지어 미천한 노비까지 유혹하는 음란한 남성 편력을 벌였다.

어우동은 기어이 풍기문란으로 의금부에 잡혀가 문초를 받았는데 조사가 계속될수록 조정 대신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처벌을 두고도 사형과 유배로 주장이 양분되었다.

왕실의 종친이니 극형에 처할 수 없다는 주장과 아무리 종친이라도 지은 죄가 막중하니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극심하게 대립한 것이다. 결국 어우동은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문란하게 했다는 죄명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필이면 조선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이 완성되었던 조선 성종조에 터진 이 전대미문의 간통 사건. 그 중심에 있었던 어우동은 정녕 남성 지배사회에 온몸으로 맞섰던 성해방론자인가, 아니면 세기의 요부인가?

작가 신봉승은 소설 '어을우동'에서 어우동의 내면에 잠재한 조선조 여인의 회한과 배신, 그리고 사랑과 증오를 담아냈다. 그는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있음을 역설하며, '역사는 지나간 과거만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이라는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최근 어느 건설업자가 정부 고관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에다 동영상 파문까지 겹쳐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언론도 국민도 그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선정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덩신밍이라는 중국 여성이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외교가를 온통 뒤흔들어 놓았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당시에도 그랬다.

하기사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온갖 포르노가 홍수를 이루고 인터넷과 방송마다 저질 화면이 난무하고 있는 게 우리 대중문화가 아닌가. 삼척동자도 뭐 하는 곳인지 알 만한 모텔과 여관이 천지사방에 즐비한 우리 사회가 정녕 저들에게 돌이나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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