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나치 만행 세상에 알린 13세 소녀 3년간의 기록

세계를 감동시킨 안네 프랑크/원작 안네 프랑크/이상교 지음/알라딘 북스 펴냄

"이럴 때일수록 울부짖을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악물고 견뎌야 한다."

시대 상황(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책)이 어린 소녀로 하여금 세계 문학에 잊히지 않을 일기를 쓰게 했다. 열 세살 때 생일선물로 일기장을 받은 이후부터 쓴 바로 '안네의 일기'다. 이 주인공 안네의 본명은 안넬리스 마리 프랑크,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유대계 독일인 소녀다. 은행가인 아버지 오토 프랑크와 어머니 메디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네는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16세)에 1945년 3월 베르겐-벨젠 나치 수용소에서 언니 마르고트와 함께 티푸스에 걸려 하늘나라로 떠나야 했다. 안네의 어머니는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있는 강제 수용소로 옮겨졌는데,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심술궂은 운명은 다행히 안네의 아버지만 살렸다. 아버지는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해방시킬 때, 병원에 입원해 있어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안네의 일기는 1947년 안네의 아버지가 '어린 소녀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이 어린 소녀의 절절한 글들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읽혔으며, 암스테르담 프린젠크라흐트 운하 가까운 곳에 있는 안네 가족의 은신처는 안네 프랑크와 그녀의 일기를 기리는 박물관이 되었다.

16세 소녀의 일기장이 전 세계에 아리한 감동을 선사한 것은 유대인 학살이 전염병처럼 퍼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안네에게는 단순한 일기장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상황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이상의 의미였다. 안네는 스스로 그 일기장을 인격화시켜, '키티'라고 불렀다. 그리고 편지를 쓰듯, 때론 이야기를 나누듯 사춘기 소녀로서 느끼는 고통과 마음상태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후미진 밀실에서 살던 안네 가족은 1944년 게슈타포에 발각돼, 비극적인 가족사를 맞게 된다.

이 책은 ▷안네 가족은 왜 독일을 떠났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는 새 생활 ▷은신처로 떠나는 안네 가족 ▷1942년에 안네가 쓴 일기 ▷1943년에 안네가 쓴 일기 ▷1944년에 안네가 쓴 일기 ▷체포되어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은신처 사람들 ▷끌려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연도별로 보는 안네 프랑크의 삶으로 구성됐다.

안네는 나치의 학살 정책으로 숨어지내야 했던 사춘기 시절, 이렇게 썼다. "나는 가끔 우울해 하지만 결코 절망하지는 않는다. 나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면서 강인함도 갖고 있다. 나는 날마다 내가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걸 느낀다." 200쪽, 1만2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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