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서 넘치는 사랑 받고 떠납니다"…소병철 대구고검장

"대구에서 정말 행복했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베풀어주신 사랑을 다 갚지 못하고 떠나는 게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대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소병철(55'사법연수원 15기'사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이 대구를 떠난다. 대구에 온 지 20개월 만이다. 2011년 여름(8월)에 와서 겨울을 두 번 나고 봄에 떠난다. 최근 10년 사이 대구고검장 중 가장 오래 근무했다. 그리고 10일 법무연수원장으로 부임한다.

소 고검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 자리를 두고 사법연수원 한 기수 선배인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과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아쉬울 만하지만 전혀 속상하지 않단다. 그는 "오히려 홀가분하다. 검사로서 정말 훌륭한 분이 총장이 됐고, 선배 기수가 총장이 돼 조직 연소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 전혀 아쉽지 않다"며 "대구경북의 많은 분의 후원으로 후보로 거론된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대구의 출소자 후원 조직을 전국 최고로 만든 것과 경북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다. 그는 "학도병 원로들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검찰청에 모신 것과 법무부로부터 특별 예산을 지원받아 임산부 여직원을 위한 공간인 '다솜방'을 전국 최초로 마련한 것 등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이지만 대구경북에 대한 소 고검장의 애정은 각별했다. 개인적으로 받은 사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봤을 때 대한민국을 이끈 선도 지역이라는 믿음과 기대 때문이라는 게 소 고검장의 얘기다.

그는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근대화가 시작된 곳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선도한 지역이 바로 대구경북"이라며 "이 때문에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경북은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선구적인 지역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민들이 우리나라 역사 발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지금은 모든 게 개방되고 다른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내는 시대인 만큼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는 대구경북이 '다른'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것으로 만들면 우리나라 최고 지역이 될 것이란 것. 그는 "조금만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가지면 대구경북은 앞으로도 한국의 중심이자 발전의 주체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검사로서 소임을 마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영호남의 융합에 앞장서는 것이다. 소 고검장은 "영호남의 문화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게 사실이다. 호남 출신이지만 대구경북에 와서 오래 근무했고, 사랑도 많이 받은 만큼 영호남의 이질적인 문화를 융합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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