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교사들이 펴낸 '한일·역사' 교과서

대구,히로시마 교사들 참여

대구와 일본 역사 교사들이 함께 역사 교과서를 펴내 화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현교직원조합 소속 역사교사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전교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일본어판:배움으로 이어가는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사) 출판을 알렸다.

7년여의 공동 작업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를 좁혀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관계기사 18면

양국의 교사들은 한일 역사에서 어떤 쟁점을 토의했고, 또 어떻게 정리했을까. 우선 양국 교사들은 역사 용어를 사용하는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우리 교사들은 '친일파'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쓰려고 했지만 일본 교사들이 제동을 걸었다. 일본 청소년들에겐 일본과 친하다는 게 왜 나쁜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일본과 친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 무조건 매국 행위'라는 의미로까지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는 것. 결국 '친일파' 대신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정리했다.

왕실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일본 교사들이 더 진보적이었다. 일본 교사들은 평등 정신에 바탕을 두고 천황제를 인정하지 않아 조선 왕실에 대해 어떻게 기술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명성황후보다 민비, 왕후 민씨가 적절하다는 주장을 폈으나 우리 측 입장을 반영해 명성황후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쪽에서 일본 교사들의 주장을 수용하기도 했다. 우리 측이 이방자 여사(고종의 셋째 아들인 영친왕의 부인) 이야기를 조선 왕실 여성의 비극적 삶이라는 주제로 다루려고 했으나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묘사하지 않고 왕족의 이야기를 흥밋거리처럼 다루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일본 교사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제외했다.

의견을 하나로 좁히지 못한 을사늑약과 병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의 주장을 함께 담았다. 병합 조약은 합법이지만 식민지 지배로 입힌 막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일본 쪽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적었다. 또 병합 자체가 불법이라는 우리 쪽 주장도 서술했다. 대한제국 황제와 민중의 의사에 상관없이 이뤄진 강제 조약이라는 점, 조약 문서에 황제의 서명이 없고 문서에 찍힌 인감도 나라를 대표할 때 쓰는 국새가 아니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우리 쪽 저자 중 한 명인 장대수(시지고) 교사는 "독도 이야기가 빠진 것은 극우 인사들에게 시빗거리를 제공,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일본 쪽 입장을 고려한 것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두 나라 청소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이번 시도가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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