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개성공단 잠정중단 선언…9년만에 폐쇄 위기

근로자 출근 않아 가동 올스톱 상태…정부 "모든 책임은 북한이 져야 할

북한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남북관계 최후의 루트인 개성공단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하겠다고 8일 선언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이튿날인 9일 오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개성공단이 가동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오전 "오늘 아침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북측 근로자들을 위한 통근버스 운영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5만3천여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이 이날 출근을 하지 않음에 따라 개성공단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들어갔다.

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8일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과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 대결과 북침전쟁 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보려 하는 조건에서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비서는 또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며 "우리 종업원 철수와 공업지구 사업 잠정 중단을 비롯해 중대 조치와 관련한 실무적 사업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맡아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측은 이날 조치가 있기 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주 기업들에 이달 10일까지 체류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 기업 관계자들도 "북측은 10일까지 인력을 최소화시키라고 시그널을 줬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 스톱시킨 것은 개성공단이 2004년 남북 합의로 가동에 들어간 지 9년 만에 처음이다. 2009년 3월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반발하며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해 우리 기업인들이 조업 과정에서 불편을 겪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완전 중단되지는 않았다.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통일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사업의 잠정 중단 및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런 조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에 따르는 모든 책임은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북한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해서는 차분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며, 개성공단 체류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도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가 개성공단을 한반도 불안 조성 목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데 분노한다"면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정상가동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이나 폐쇄라는 술책으로 얻을 것은 고립심화와 민생 피폐화뿐이며, 전적으로 북한이 파생되는 문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도 논평에서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의 최후 보루"라며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발표는 심각하고 위험한 조치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특사 파견을 비롯해 다양한 채널과 수준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지도록 정부에 모든 노력을 촉구한다"며 "북한도 개성공단 조업 정상화를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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