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편견 바꿔줘 고맙단 인사 들어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이자 어린 시절 헤어진 오빠를 그리워하는
오영을 연기하느라 힘들었지만, 팬들의 반응에 무척이나 즐거웠다.
최근 SBS TV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은 배우 송혜교(31) 얘기다.
시청자의 눈물을 쏙 뺐다. 매회 호평이었다.
송혜교는 "칭찬을 한꺼번에 받았다. 만날 욕을 먹다가 갑자기 칭찬을 받으니 정신이 없다"며 "감사한 마음이다.
'나한테도 마냥 칭찬받을 때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좋아했다.
남모를 고생 끝에 선택한 작품이 사랑받아 더 행복하다. 이 드라마에 참여를 결정한 건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4년을 투자하며 마음고생을 했을 당시. 그는 비중도 적었고 주변에서도 말렸지만 "안 해본 현장에 참여하는 것 하나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대종사'에 합류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진 않았다.
송혜교는 "감독님이 촬영은 안 하고 연습만 시켰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만해야겠다!'고도 생각했고,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또 찍은 분량이 없으니 그만둬도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4년 동안 혼자 생각을 많이 했죠. 새로운 현장이 즐겁기도 했지만, 괴로운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번에 섬세한 시각장애인 연기로 풀었다. 그 연기가 그냥 나왔을 리 없다. 복지관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시각장애인들도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화장도 한다는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사람들과 친해진 그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복지관 사람들이 그동안의 시각장애인 연기를 보면 '심하게 더듬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낯선 곳에서는 당황했을 때 그럴 수 있지만 본인이 자주 가는 곳, 익숙한 곳에서는 일반인처럼 한두 번 만에 물건을 잡을 수도 있다던데요? 같이 식당에서 밥 먹으며 시각장애인을 연기할 때 안 했으면 하는 행동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연기를 잘했는지 기분 좋은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송혜교는 "시각장애인들을 향한 주변 손길이 따뜻해졌다고 느낀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전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또 시각장애인을 무심하게 지나쳤던 드라마 팬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오영처럼 느껴져 잘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 자체가 마음이 조금 열린 거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금은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드라마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송혜교의 얼굴을 더 예쁘게 담아냈다. 특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클로즈업 신이 많았는데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를 보고 "와~ 예쁘다"를 연발한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송혜교는 "조명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이 워낙 잘 담아주시는 분들"이라며 "현장에서 '정말 예쁘게 나온다'고 항상 고마움을 얘기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을 못할 정도로 예쁘게 담아줘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어릴 때 피부가 좋다는 것을 믿고 관리를 안 했는데 이제 조금만 피곤하면 티가 나요. 3, 4일 자지 않아도 티가 안 났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시간이 날 때마다 관리를 받으러 가죠."
최근 14년 전 드라마 '육남매' 때 송혜교의 모습이 공개되며 그의 변하지 않은 외모가 또 화제가 됐다. '방부제 외모'라며 그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시절 모습이 인터넷을 종종 달군다. 송혜교는 "나는 다르게 보이는데 이상하다"고 웃었다.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조인성과 애절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으로 안방을 몰입시켰다. "인성 씨는 저랑 원래 친구였어요. 2004년에 같은 사무실에 있었죠. 사석에서 만나 술도 마셨는데 사무실이 바뀌고 연락이 뜸했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친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 없었어요. 워낙 알고 있으니 바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아니깐 '솜사탕 키스신'을 찍을 땐 오글거려서 서로 못하겠다고 했어요."(웃음)
오랜만에 만난 조인성과의 연기에 대해서는 "많은 남자 배우들은 우는 연기를 할 때 비슷한데 인성 씨는 다른 여배우들 못지않게 감정을 잘 잡더라. 울 때마다 다 달라 놀랐던 적이 있다. 신기해서 '어떻게 여배우보다 더 잘 울어?'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칭찬했다.
결말이 슬플지, 행복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오영과 오수가 남녀 관계로 다시 만난 사랑을 키워가는 걸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어요. 대신 15회까지는 치열하게 감정을 갖고 가도록 했죠. 예전에는 멜로 하면 슬픈 결말이 나와야지만 기억이 오래 남고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연기하며 너무 힘이 드니까 이 둘이 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미혼이기에 사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혼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다. 송혜교는 "안 가고 싶은 건 아닌데 좀 귀찮아졌다"며 "주변에 노처녀 언니들이 과거에 '누구 만나는 게 귀찮아' '100일 챙기는 것도 귀찮아'라고 얘기했었는데, 난 '그게 왜 귀찮아?'라고 했는데 이제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어느새 서른 살을 넘겼다고 과거를 짚자 "20대 때 여자로 누릴 수 있는 것과 경험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일도, 사랑도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부족함 없이 많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20대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30대가 된 그는 계속해서 바쁘게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오우삼 감독의 신작 '생사련' 촬영에 들어간다. 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을 작품이라 여유가 있어 한국과 중국을 오갈 계획이다. 또 다른 작품도 검토 중인 그는 "이번에 감정을 끝까지 빼낸 기분이라 당분간 무거운 작품을 할 에너지는 없다. '노팅힐' 같은 로맨틱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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