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5도→16.9도 80년' 소주 도수 변천사

90년대 말 젊은층·여성 겨냥 알코올도수 낮추기 불붙어 20도 이하 전체

'80년 만에 35도에서 16.9도로 낮아진 국민의 술, 소주'.

지난 80년간 소주의 역사는 '도수 내리기'의 역사였다. 35도에서 출발한 소주는 현재 16.9도까지 내렸다. 이제 소주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소통 도구가 되고 있다.

소주회사들은 최근 들어 17도 이하의 소주시장 장악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소주는 곡류를 발효시켜 증류하거나, 에탄올을 물로 희석하는 두 종류의 술이 있다.

지난해 소주 출고량은 1억1천370만9천 상자, 병 수로는 34억1천127만 병(360㎖ 기준). 성인 평균 88.4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니 '국민 주(酒)' '서민의 술'로 불릴 만하다.

◆소주 도수 어디까지 낮아질까

참소주, 참이슬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희석식 소주는 1960년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보편적인 알코올 도수는 30도. 진로가 1920년대에 35도의 증류식 소주를 내놨지만 소주가 서민의 술이 된 것은 30도 시절부터다. 이후 1970년대에는 25도 소주가 출시됐고, 20여 년간 소주는 25도라는 것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1998년 하이트진로가 기존 진로의 알코올 도수를 2도 낮춘 23도의 '참이슬'을 내놨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류업계에 도수 내리기 경쟁이 시작됐다. 음주문화가 당시 불기 시작한 웰빙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도수가 낮은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류업체들은 23도부터 21, 22도대의 소주를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20도 소주까지 등장했다. 20~22도에 머물 것 같던 소주 도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또다시 20도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후반에는 17도 이하의 초(超)저도주까지 등장해 80여 년 만에 소주의 도수가 20도나 낮아졌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30도에서 25도로, 25도에서 23도로 내려오는데 각각 40여 년과 20여 년이 걸렸지만 이후에는 4년, 2년 등 갈수록 빠른 주기로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있다.

금복주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소주 시장 트렌드가 저알코올과 부드러움으로 흘러가고 있어 주류회사들의 신제품 개발도 도수를 낮추면서도 좋은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도주와 다시 등장한 25도

저도주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부분의 소주 제조 업체들은 18, 19도대의 주력제품과 함께 17도 이하의 초저도주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금복주의 경우 18도인 '맛있는 참'과 함께 최근 16.9도의 'The 순한 참'을 출시했다. 'The 순한 참'은 웰빙을 지향하고 비만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를 기존 저도주(알코올 도수 17.0% 미만) 대비 병당 40㎉가량을 줄였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도 이하의 소주 비율은 전체 소주 시장의 80%에 이르고 초저도주도 10%를 넘어서고 있다. 20도 이하의 소주 시대가 도래한 것.

초저도주가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은 부산경남지역. 이곳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무학소주의 경우 2006년 '좋은데이'를 출시한 이후 6년 만에 누적 판매 7억 병을 돌파했다. 부산에서는 10명 중 7명이 좋은데이를 마실 정도로 인기다. 무학의 판매 실적은 2011년 1천342만2천 상자에서 지난해 1천515만8천 상자로 12.9%가 늘어 전국 소주업체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소주의 저도화 경쟁으로 젊은 세대들과 여성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였지만 기존 주요 소비층이었던 애주가들은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소주에 대한 반감도 있다.

금복주 관계자는 "애주가들은 저도주를 맛보면 물 같다는 말을 한다"며 "실제로 저도주를 개발할 때는 단순히 물만 섞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도수를 내리면서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소주업체들은 높은 도수의 소주를 그리워하는 애주가들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20도 이상의 소주를 다시 선보여 도수별로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 2010년 13년 만에 다시 등장한 금복주의 알코올 도수 25도 소주 '금복주 25%'는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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