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 못 잡았다네요."
이달 12일 최모(65) 씨는 휴대전화 이용료 청구서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117만원의 통신비를 내라는 통신회사의 청구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1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 이용료는 3년 전부터 최 씨를 괴롭혔다. 원인은 개인정보를 소홀히 한 탓이었다. 최 씨가 휴대전화를 재개통하기 위해 알고 지내던 휴대전화 외판원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뒤 외판원은 최 씨의 이름으로 휴대전화 9대를 개통한 뒤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최 씨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경찰 수사였다. 최 씨는 2010년 5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3년이 다 돼 가는 최근까지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대구 경찰의 범인 검거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비 경찰관이 부족한 탓에 수사력은 바닥을 기고 있는 것. 범죄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건 해결 시간이 길어지고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찰은 매년 사건 해결 건수는 비슷하지만 사건이 늘었기 때문에 검거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17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핵심 민생치안지표인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검거율이 떨어지고 있다. 범죄 건수는 2007년 2만5천681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만4천535건으로 34.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검거 건수는 2만1천17건에서 2만1천310건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검거율은 82%에서 62%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절도 건수가 급증했다. 절도는 2007년 8천657건으로 5대 범죄 중 33.7%였지만 지난해에는 곱절로 늘어난 1만6천558건으로 5대 범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대구경찰청은 "같은 기간 검거 건수가 5천255건에서 6천900건으로 늘긴 했지만 폭증한 발생량으로 검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대구 경찰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는 517명으로 2008년 526명에 비해 9명 줄기는 했지만 전국의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 498명에 비해선 여전히 19명이 많은 수준이다.
대구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2010년 발생범죄 통계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한 뒤 범죄 발생 통계가 현실화돼 전반적으로 발생건수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2011년부터 경찰서별 치안평가가 검거 건수에서 맡은 구역의 발생 사건 위주로 바뀌면서 무리한 여죄 수사가 줄어든 것도 검거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성우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발생 건수가 늘었지만 검거 건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동안 고의로 누락된 사건이 통계에 반영된 면이 있다"며 "피해자의 신고 누락 비율이 높은 절도 신고가 늘어난 것은 범죄 자체가 증가한 것과 함께 경찰이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이란 신뢰가 생겨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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