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이 대구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도시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관광객을 그러모으는 등 지역 발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와 화원읍 마비정마을의 경우 벽화만으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해당 주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 음습하고 칙칙하던 분위기가 벽화를 통해 확 달라지면서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벽화로 동네풍경이 탈바꿈한 수성구 동산초등학교, 중구 김광석 거리,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마을, 중구 근대골목 등을 둘러봤다.
◆대구 수성구 동산초교 앞 담장=대구 수성구 범어동 어린이회관 뒤편에 있는 동산초교 정문 앞 담장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회색빛의 어두운 골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설계와 스케치 등에 이 학교 학부모들의 재능기부가 있었고, 채색은 SK Sunny 대학생 봉사단의 도움을 받았다. 수성구청도 경관개선사업비 1천만원을 지원했다.
이곳 담장 벽화는 우범지대처럼 비치던 동산초교 주변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고흐, 샤갈과 같은 외국 화가와 박수근, 이중섭 등 국내 작가의 미술 작품 중 일부를 따와 연작처럼 꾸며 예술 작품을 길거리에 달아둔 듯하다.
이 학교에 다니는 5학년 신수빈(12) 양은 "미술책에서 보던 그림들이 학교 담벼락에 있어서 등교할 때마다 찾아본다"며 좋아했다. 학교 주변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신정희(44'여) 씨는 "예전에는 참 삭막한 골목이었는데 벽화가 생기고 나선 볼거리가 있어 좋고 마음 또한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의 '김광석 거리'는 신천대로와 맞닿아있는 한쪽 벽면이 모두 가수 고(故) 김광석 관련 벽화로 도배돼 있다. 예전에는 신천대로 아래 있어 차가 지나가는 소리로 시끄러운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시작된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방천시장에 입주한 지역 예술가들이 2010년 11월부터 김광석과 관련된 그림을 골목길 벽에 그리기 시작했다. 김광석이 방천시장 근처 대봉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었다.
각 벽마다 구간을 나누어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주제로 벽화와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이곳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말마다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팬과 벽화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이 거리를 처음 찾았다는 정의봉(29'대구 수성구 지산동), 최유진(27'여'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대구에도 벽화로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뜻밖이었다"며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 벽화마을'=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던 마비정마을이 전국에 알려진 것은 담장 벽화가 완성되고서부터다. 달성군이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 만들기'의 한 방법으로 시작한 벽화였다.
마비정 벽화마을의 그림 소재들은 장승, 옛날 농기계, 추억의 교실 등 대부분 7080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17일 오후 이 마을을 찾은 최윤희(56'여'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추억의 교실을 표현해 놓은 벽화를 보니 예전에 난로에 도시락을 쌓아두었던 추억이 되살아나 잠시 옛날로 되돌아갈 수 있어 즐거웠다"며 "마을 전경도 벽화와 함께 어우러져 운치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벽화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면서 마을 주민들도 먹거리와 농산물 판매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마비정마을의 한 주민은 "벽화가 그려지고 나서 마을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을 뿐 아니라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이 돼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대구 중구 근대골목 벽화=대구 중구청이 근대골목을 관광명소로 조성하면서 그린 벽화들이다. 벽화마다 그 골목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상화 고택 근처, 영남대로, 뽕나무 골목, 동아쇼핑 별관 주차장, 진골목, 정소아과의원 맞은 편 등 골목마다 숨겨진 이야기들을 벽화로 말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근대골목은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벽화로 그 내용을 표현했다"며 "이러한 벽화들이 근대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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