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20년째 이중규제 참았다 그린벨트 왜 묶어두었나…땅값 수성구 10분의 1

정광주(56
정광주(56'수성구 달성공원 동물원 추진위원회 위원장)
권광수(60, 달성공원 동물원 하빈이전 유치위원장)
권광수(60, 달성공원 동물원 하빈이전 유치위원장)

대구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지난 2001년 이후 12년을 끌어 온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가 최근 입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것으로, 수성구(삼덕동 구름골)와 달성군(하빈면)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달성군 등 동물원 유치를 둘러싼 입장을 들어본다.

◆정광주(56'수성구 달성공원 동물원 추진위원회 위원장)

-동물원이 구름골로 이전돼야 하는 이유는.

▶구름골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 삼덕동 못안마을의 주민들은 1993년 대구대공원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줄곧 동물원이 이곳으로 온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위에 덧씌워진 공원법으로 이중규제를 받고도 아무 말 없이 참고 지금까지 왔다. 농촌 사람이 뭘 알겠나. 그린벨트 설정은 나라가 한 일이고, 대구대공원은 대구시가 하는 일인데, 따라야 하지 않겠나. 우리 주민들은 대구시가 애초 도시계획을 한 대로 구름골에 동물원을 조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대구시가 동네 구멍가게 물건 배치하듯 도시계획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 발전을 위해 계획하고 발표한 대로 하면 된다. 이곳 주민들이 수십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숱한 피해를 당하고도 불평하지 않고 참았던 것은 대구시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나.

▶말로 다할 수 없다. 우리는 대구시가 밀실에서 달성공원 동물원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른 곳으로 동물원을 이전하려고 하기 전까지 플래카드 한 장 내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수성구 곳곳에는 마치 북한의 전쟁 위협에 버금갈 정도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대구시가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반목하게 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1972년 그린벨트에 묶여 지난 40여 년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1993년 대구대공원 지구로 지정되면서 아예 토지 거래조차 끊겼다. 삼덕동 자연부락 5곳 가운데 4곳은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으나 이곳은 동물원 조성 계획에 따라 해제되지 않았다. 대구시가 돈이 없고 민자 유치를 못 하는 것이 주민들 잘못인지 묻고 싶다. 땅값이 오르지도 않았지만, 설령 올랐다고 치더라도 이게 주민들 때문인가.

-오락가락하는 대구시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과 대응 방안은.

▶이곳은 1981년 7월 이전까지 경북 경산군 고산면이었다. 만약 경산에 남아 있었다면 이곳은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천지개벽이 됐을 것이다. 이곳에 동물원이 오지 않는다면 대구시에 편입된 후 입은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모든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곳의 그린벨트와 공원법을 해제하겠다는 약속 없이 동물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권광수(60) 달성공원 동물원 하빈이전 유치위원장

-대구 동물원이 왜 달성 하빈으로 와야 하는가.

▶하빈면은 달성군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솝꼽히고 있다. 이는 하빈지역 전체면적 67%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장기간 묶여온 사실만으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하빈면 주민들은 그동안 지역발전 차원에서 혐오시설로 외면받아온 대구교도소의 하빈지역 내 이전 유치를 선뜻 받아들였다.

게다가 이에 따른 인센티브로 달성공원의 동물원만큼은 반드시 하빈으로 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걸고 달성군과 대구시에 계속 접촉해오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하빈지역의 육신사 등 역사'문화자원과 강정보를 비롯한 낙동강 개발사업으로 잘 정비된 생태자원과 연계해 관광벨트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위해서도 달성공원 하빈 이전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원 유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가.

▶지난해 8월 하빈면 번영회를 중심으로 달성공원 하빈 이전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2월 유치위원회는 조직을 확대, 재정비하고 3개항의 유치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수성구 쪽에서 동물원 유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지금까지의 대응논리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성구의 동물원 유치지역으로 지목된 삼덕동 구름골의 경우 이미 민자유치 실패로 13년간이나 표류시킨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욱이 수성구는 월드컵 경기장에다 새로 야구장까지 유치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동물원마저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하빈지역이 왜 동물원 이전지로서 적지인가.

▶하빈 지역은 농촌지역인데다 개발제한구역이 많아 땅값이 수성구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비용을 적게 들이고서도 이전사업을 쉽게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편의 등 접근성 문제도 아주 용이하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에서 불과 2㎞ 정도로 가깝다. 게다가 대구~성주를 잇는 국도 30호선 선상에 놓여 오가는 대중교통과 셔틀버스노선 개발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달성'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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