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폐암을 막자

담배 3분만 참아보세요…폐가 건강해집니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매년 한 번씩은 흉부 X-선을 찍어보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객담세포진검사, 저선량 흉부 컴퓨터촬영(CT), 기관지내시경검사 등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매년 한 번씩은 흉부 X-선을 찍어보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객담세포진검사, 저선량 흉부 컴퓨터촬영(CT), 기관지내시경검사 등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던 위암, 간암은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폐암은 계속 증가세에 있고, 사망률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폐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로 매년 1만5천여 명 이상이 숨진다.

미국의 경우, 암 사망자수가 지난 60여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다른 종류의 암은 사망자가 크게 줄거나 발병률이 떨어지는데도 전체 사망자가 늘어나는 원인이 바로 폐암 사망률의 증가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피 섞인 가래, 폐암 증상 중 하나

대구시 서구 중리동에 사는 김무영(가명'56) 씨는 일주일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 가래를 뱉으면 붉은색 피가 약간씩 묻어나왔다. 평소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혹시 폐암이 아닐까 걱정스러웠던 김 씨는 병원을 찾았다. 가래에 피가 묻어나는 증세, 즉 객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흔한 원인으로는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폐암, 폐렴, 국균종(폐에 생긴 곰팡이균) 등이 있다. 아울러 특별한 원인이 없이 객혈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5~15%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피 섞인 가래나 피를 토하는 것 역시 폐암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객혈이 반드시 폐암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호흡기 진찰이나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코피나 잇몸 출혈 등으로 객혈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나 치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위나 식도의 출혈 때문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구별이 쉽지는 않지만 폐에서 나온 출혈은 가래와 섞여 있고 밝은 붉은색인데 비해 위'식도 출혈은 약간 검은 빛을 띠고 음식물과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폐암은 편평상피암

폐는 좌폐, 우폐로 나뉘며 우폐는 다시 세 부분(상엽, 중엽, 하엽)으로 이뤄져 있고, 좌폐는 우폐보다 약간 작고 두 부분(상엽, 하엽)으로 돼 있다. 폐는 흔히 알고 있듯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을 한다.

흡연과 같은 발암물질 때문에 기관, 기관지, 폐포에 있는 세포가 정상 기능을 잃고 무질서하게 증식하는 현상이 바로 암이다. 주위 조직이나 기관을 파괴하고 증식하면서 다른 장기로 퍼지기도 하는데 이를 '전이'이라고 한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편평상피암, 선암, 대세포암 등으로 분류된다. 편평상피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생 빈도가 높으며 특히 남성에게 흔하다. 선암은 일반적인 흉부 X-선 검사로 발견되기 쉬운 '말초형'이라고 불리는 폐의 말초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폐암 중에서도 다른 유형에 비해 임상상이 다양하며 진행이 빠른 것에서부터 느린 것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세포암은 일반적으로 증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폐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을 때는 암이 이미 상당히 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약 15~20%를 차지하는데, 증식이 빠르고 뇌, 림프절, 간, 부신, 뼈 등으로 잘 전이하는 악성도 높은 암이다. 그러나 다른 폐암과는 달리 항암제와 방사선치료가 아주 큰 효과를 나타내는 암이기도 하다.

◆흡연은 폐암의 분명한 원인

흡연은 폐암의 가장 명확하고도 흔한 원인이다. 다른 질환과 달리 예방이 가능한 원인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 폐암환자 중 사망의 94%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경우도 78~80%에 이른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15~64배에 이르며 이는 하루 흡연량과 흡연기간에 비례한다. 흡연 외에 대기오염, 유전적 원인,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 등도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흡연에 비해 이들의 영향은 적은 편이다.

폐암을 막는 것은 금연이 최우선이다. 폐암 외에도 심장병, 뇌졸중, 만성 폐질환, 호흡기 질환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금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3분만 참으면 그 다음 20분은 흡연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하루 3분 참기를 50~60번만 하면 하루 종일 금연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흡연하는 친구와 만나지 않기, 금연 구호 붙이기, 담배 피우고 싶을 때마다 찬물 마시기, 껌 씹기, 양치질하기 등 생활 속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 검진 필수

폐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의 증상인 심한 기침, 피 섞인 가래(객혈),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쉰 목소리, 체중 감소 등이 발생한다. 객혈은 대개 기침 끝에 조금 나오거나 점액성 가래에 붙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다. 이때 병원을 찾으면 이미 증세가 악화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처음 진단을 받을 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폐암의 20~25%에 불과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현대성 교수는 "종양 크기가 3㎝ 이하인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흡연자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매년 흉부 X-선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폐암은 굵은 기관지에서 잘 발생하는 형태(편평상피암, 소세포암 등)와 기관지 말단부(세기관지나 폐포)에서 잘 발생되는 형태(선암, 대세포암 등)가 있으며, 발생 위치에 따라 기관지내시경 또는 경피적 침생검으로 조직검사를 한다.

기관지내시경 검사는 코나 입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병이 있는 부위를 관찰하는 것이다. 기관지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갈라지며 점점 가늘어진다. 대개 기관지내시경의 굵기가 약 5~7㎜이므로 이 정도 굵기의 기관지까지만 내시경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경피적 침생검은 기관지의 말단(말초 폐)에 암이 발생한 경우에 피부 표면에서 폐 안쪽으로 생검 침을 찔러넣어 조직과 세포를 떼어내는 검사다. 암덩어리로 의심되는 조직이 말초 기관지에 있는 탓에 기관지내시경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엔 이런 검사법을 쓴다. 가래를 뱉어 시행하는 세포진 검사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현대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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