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작 미국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는 주인공인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 분)가 여자 친구 데보라(엘리자베스 맥거번 분)를 위해 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만찬을 갖는 장면이 나온다. 성장해 갱이 된 누들스는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면서 좋아하던 데보라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자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레스토랑을 빌렸다. 두 사람은 넓은 레스토랑의 다른 좌석들을 모두 비운 채 그들만을 위한 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데보라가 선을 긋자 누들스는 차 안에서 그녀를 성폭행하려 해 두 사람의 사이는 끝나고 만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연인들 간의 프러포즈나 사교 모임 등의 목적을 위해 레스토랑 등을 빌리는 일은 현실 속에서도 가능하다. 돈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사랑 고백을 위한 것이라면 남녀 모두가 꿈꾸는 낭만적인 일이기도 하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잠시나마 왕이 된 듯하거나 공주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지갑을 통 크게 열어도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먹고살기 팍팍한 서민들은 꿈꾸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황제 테니스'를 즐겼다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동호인들이 붐비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서울올림픽공원 내 테니스 코트 1면을 독차지하다시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시설이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다른 시민들의 예약을 차단해 이 전 대통령 일행만이 테니스를 즐기도록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황제 테니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의 왜곡된 특권 의식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부실'비리 의혹,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 국민 생활고 악화 등으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옆 코트에서 시민들이 테니스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면 이해하려 애써볼 수 있다. 시민들 속에서 어울리는 전직 대통령 문화가 필요하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는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용 시설을 전세 낸 듯이 이용하는 것은 독재 시절에나 통하던 방식이다. 그가 비민주적인 국정 운영으로 후유증을 낳은 현실과 오버랩되니 입맛이 영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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