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방적 폭행 방어하다 상대 다치게 했다면… "무죄"

대구지법 항소심 실형 원심 깨

상호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한 것이라면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해를 입혔더라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서경희)는 공터 주인이 텃밭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찾아가 다투는 과정에서 공터 주인을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A(51)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공터 주인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은 공터 주인으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게 되자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잡고 늘어지는 등으로 방어했을 뿐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적극적인 의도를 가지고 공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겉으로는 폭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기나 당시의 상황에 비춰볼 때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반적으로 맞붙어 싸움하는 경우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일어나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는 만큼 어느 한 쪽의 행위만을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겉으로는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수단으로 힘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적극적인 공격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이를 사회관념상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경주시 한 공터를 텃밭으로 이용해 오다 공터 주인이 텃밭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 찾아가 항의하며 다투던 중 상대를 넘어뜨려 전치 5주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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