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은 유난히 후유증이 오래 남는 상처 중의 하나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거나 따가운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1도 화상'은 피부 표피층만 손상하기 때문에 흉터도 남지 않고 가볍게 치료되는 편이다. 하지만 이보다 깊은 곳까지 침범한 '2도 화상'은 수포(물집)가 생기며 심한 통증과 진물이 많이 생긴다. 흉터 위험도 크다. 우선 15분 정도 흐르는 찬물로 열을 식히고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얼음물은 주위 온도를 너무 내려서 저체온증을 일으키거나 혈액 순환을 방해해서 오히려 좋지 않다. 2도 화상이라고 가볍게 여겨서 방치하다가 물집이 더 커지거나 물집이 터지면 감염 위험이 크고 통증도 심해진다. 치료 기간은 대부분 2~3주 정도다.
◆민간요법보다는 즉각 병원으로
2도 화상 중 더 깊은 피부(진피층)까지 침범한 화상인 경우, 노란색이나 흰색의 가피(딱딱하고 통증이 없는 부스럼딱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화상 흉터가 2주 이내에 낫는다면 흉터가 적거나 거의 없는 경우다. 치료 후 일시적으로 색소 침착이 남아서 검게 보일 수 있지만 몇 달이 지나면 차츰 옅어진다.
최근 들어 작은 화상에 사용되는 드레싱 재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엔 '건조 드레싱'이라며 화상연고를 바르거나 거즈드레싱을 주로 했다. 그런데 화상치료를 받고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속설들이 있다. '상처를 말려야 빨리 낫는 거 아닌가?' '거즈로 덮어두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더 곪는다던데?' 등등.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 붙여준 거즈도 바르지 않고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일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재생된 피부가 거즈와 함께 떨어져 나가고, 상처도 마르기 쉬우며, 드레싱 후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치료 기간도 길어지고, 훨씬 심한 흉터를 남길 수도 있다.
광개토병원 김주성 병원장은 "민간요법으로 감자를 갈아서 붙이거나 한 50대 주부 환자는 시커먼 재를 상처에 잔뜩 뿌려서 병원에 온 경우도 있었다"며 "민간요법에 쓰이는 치료재료보다 훨씬 안전하고 검증된 화상치료 재료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건강보험 지원도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요법을 쓰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낫다"고 했다.
◆가벼운 화상이라도 흉터 막는 것이 중요=최근 들어 여러 종류의 '폼 드레싱'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수분 손실을 막고 통증을 최소화하며, 무엇보다 치유기간을 줄일 수 있다. 치유기간 단축은 흉터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어서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치유기간이 3주를 넘기면 대부분 비후성 흉터(이른바 떡살)가 생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의 경우, 이런 흉터 때문에 관절부위가 굳어 뻣뻣해지거나 쪼그라들어 심한 성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가벼운 화상이라도 흉터를 막기 위해 최신 치료법을 이용해야 한다.
▷10% 이상의 2도 화상 ▷얼굴 및 목, 손'발 및 손'발가락, 생식기'회음부'관절 부위를 침범 ▷화상 범위와 관계없이 3도 화상 ▷화학 화상 ▷전기 화상이나 스파크에 의한 화염 화상 등은 전문화상센터를 찾아야 한다.
3도 화상의 경우는 표피와 진피 부분이 모두 손상을 입은 상태이다. 가피 절제술, 사체피부 이식술, 인공진피 이식술, 자기유래 배양피부 등의 수술을 할 수 있다.
깊은 화상으로 생긴 가피는 미생물균의 먹이가 돼 서식처를 만든다. 결국 여러 독성인자를 생성하게 돼 패혈증(미생물에 감염돼 온몸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과 폐'신장'심장 등의 장기 기능을 떨어뜨려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조기 절제와 사체피부이식술을 시행한다. 현재 국내에서 중화상 환자에게 적용되는 최신 치료법으로 사체피부 이식술과 자기유래 배양피부 이식술 등이 있다.
사체피부는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은 물량과 공급기간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사체피부를 취급해 훨씬 편리하게 이용된다.
◆자기피부 배양해서 이식하는 수술=중화상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치료법이 바로 '자기유래 배양피부 이식술'이다. 전신 중화상(50% 이상) 환자의 경우, 생존 후에 자기 피부가 모자라다 보니 피부이식술을 진행하지 못해 기다리다가 숨지는 경우가 있었다. 자기유래 배양피부 이식술은 말 그대로 자기 피부를 2~3㎠ 크기로 떼어내 3주 정도 키워서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배양 피부를 만든 뒤 화상 부위에 붙이는 것이다. 다만, 이를 적용하려면 피부가 배양되는 기간 동안 환자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중화상 후 생길 수 있는 패혈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들을 관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열기가 침범한 부위가 깊지만 작은 화상의 경우, ▷일반적인 드레싱 치료 ▷치료기간을 줄여 흉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판단해야 한다.
드레싱 치료는 수술과 마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치료기간이 길어져 자칫 흉터가 심해질 수도 있다.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치료나 수술 후 완치된 경우를 비교해서 치료법을 선택해도 된다. 다만, 미용적으로 중요한 부위나 관절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손가락 등)의 화상이라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치료가 좋다.
김주성 병원장은 "최근 들어 화상치료 재료, 사체피부 및 배양피부 비용을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장기간 입원비, 간병비 등은 여전히 큰 부담"이라며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화상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상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도움말=광개토병원 김주성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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