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춘색 방초 밟으며 의거 계획한 윤봉길

'처처한 방초(芳草)여/ 명년에 춘색(春色)이 이르거든/ 왕손으로 더불어 같이 오게// 청청한 방초여/ 명년에 춘색이 이르거든/ 고려(高麗) 강산에도 다녀가오// 다정한 방초여/ 금년 4월 29일에/ 방포 일성(放砲一聲)으로 맹세하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는 매헌(梅軒) 윤봉길(1908~1932)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옆 그의 동상 한쪽에는 '이 은혜 길이길이 우러러보리'(斯恩寔瞻)라는 글귀가, 다른 쪽엔 '홍구(虹口)공원에서 푸른 풀을 밝으며'라는 제목의 그의 유시(遺詩)가 새겨져 있다. 1932년 오늘 도시락 폭탄으로 일본인 간담을 서늘케 한 의거 이틀 전(4월 27일) 현장을 답사하며 지은 시다.

중국 상해를 점령한 일본의 전승기념 행사 때 폭탄을 터뜨려 일본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 등을 죽였다. 장개석(蔣介石)은 '중국 100만 대군이 못하는 일을 해내니 장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5세로 생을 마친 그는 강보에 싸인 두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 (이하 생략).' 그의 기념관은 고향 예산과 상해에도 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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