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어느 이주여성 이야기

어느 날 대구 중구 성내동에 산다는 이주여성 한 사람이 찾아왔다.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으니 중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산후조리를 위하여 대구에 왔는데 돌아갈 차비가 없으니 도와달란다. 그 여자를 따라 집도 방문하고, 남편도 만나보았다. 남편은 약전골목 입구에서 구두닦이를 한다고 했다.

주 고객층인 보험회사 건물이 리모델링되는 바람에 종일 구두 몇 켤레를 닦아 번 돈으로 집에 들어올 때 소주를 사 와서 마시고는 부인을 구타한다고 한다.

남편에게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라고 나무라니 "속아서 결혼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중국에 자식까지 있으면서 자기에게 처녀라고 속이고 시집 왔단다. 여자에게 물었다. 자기도 속았단다. "한국에 집도 있고 월수입도 300만원이 넘는다"라고 속였단다. 이왕에 속고 속았으니 본전으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잘살아 보라고 당부하고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이주여성들이 공항에 도착하여 신혼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신랑과의 관계, 고부간의 관계, 아이를 낳고 성장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프로그램화 하여 교육하고, 도움을 주고 있으나 취업이나 자녀 교육문제 등 상당 부분에 있어 아직도 취약한 곳이 너무 많다. 또 다수의 남편들이 성실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나 일부 남편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즉시 공장으로 내보내어 생활비를 벌어오라고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아이를 낳으면 공장에도 나갈 수도 없으니 결국 근로 능력을 상실하고, 사회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항공권을 해결해주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그 여성을 약전골목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더니 남편과는 이혼하고, 달세를 얻어서 아이를 키우면서 산다고 했다. 다행히 기초수급대상자로 책정되어 동사무소에서 주는 생계비로 겨우 살아가고 있단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혼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살 때는 끼니 걱정을 안 했습니다"라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농촌 총각을 장가보내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국제결혼을 장려한 결과가 소수이기는 하나 일부의 이주여성에게는 불행이 되어 돌아왔다.

이주여성과의 결혼은 한국인 남성이 가장으로 책임을 다할 때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최규목<시인 gm3419@daeg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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