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 72% 아버지에 준 여대생 "건강하신 모습 보고 싶을 뿐"

대구대 '효녀' 강지혜 씨

간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한 여대생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4년 강지혜(25'여) 씨는 암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위해 이달 9일 자신의 간 72%를 떼어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강 씨의 아버지는 8년 전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 진단을 받은 뒤 간암으로 점점 상태가 악화됐다. 그리고 6개월 전 쓰러지면서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결과 지혜 씨의 간이 이식에 가장 적합했다. 오래전부터 간 질환으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보며 간 이식을 마음먹고 있었던 터라 선뜻 수술에 동의했지만, 지혜 씨의 간이 너무 작은 게 문제가 됐다. 아버지에게 간을 주고 나면 28%만 남게 돼 위험하다며 수술할 수 없다는 것. 절망한 채 대구로 내려온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척들을 찾아 검사했지만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혜 씨는 병원 진료기록을 다 가지고 대구가톨릭대병원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면밀한 검토 결과 수술가능 판정을 받았고 10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이었다.

평소에도 튼튼한 체력을 자랑하던 지혜 씨는 8일 만에 퇴원해 중간고사를 치려고 학교로 돌아왔고, 건강한 간을 이식받은 아버지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호전돼 29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수술 흉터를 성형하자는 가족의 제안에 무섭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지혜 씨는 "긴 투병생활로 많이 야위신 아버지의 살찐 모습을 보고 싶다"며 "아버지가 퇴원하면 온 가족이 함께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또 "헌혈증을 나눠준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며 "헌혈처럼 장기기증도 자신의 건강을 나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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