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은 최근 차명계좌를 통해 소득탈루를 한 것이 적발돼 세금과 과태료 등을 포함해 30억원 정도를 추징당했다. 지역의 개인병원으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액수를 추징당한 이 병원은 최근 파산 직전 상황까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의 또 다른 병원도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10억원을 추징당했다.
병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의 한 치과에서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이 적발돼 70억원을 추징당한 사례가 있다"며 "국세청이 이런 정보를 갖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유사 사례에 대해 세무조사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잘 안 돼 수익이 높으면서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성형외과나 치과 등이 주 타깃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 확충과 음성 탈루소득 근절을 위해 세무당국이 고소득 전문직군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면서 해당 사업자들이 떨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군과 대형 음식점 등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고소득 업종이면서 현금 거래가 많아 국세청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
특히 대구에는 큰 기업체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전문직이나 대형 음식점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무조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회계사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관할 세무서가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더니 그 사업자가 가진 총자산보다 더 액수가 많아 세무서가 고민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예년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회성 압박조사에 그쳤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5년 내내 지속적으로 조사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고소득 전문직 및 개인사업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5년 전 개업한 한 변호사는 "인지도가 낮은 변호사들은 100% 성실신고를 하면 사실상 사무실 운영조차 힘들지만, 요즘엔 주변에서 사건 수임장부에 수주 내역과 수임료를 정확히 기입하면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수성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아는 고깃집 사장이 최근 수천만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당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과거와 비교하면 주변에서 세금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일부 병원과 사업자들은 회계사 등을 동원해 이전의 소득신고 사항을 점검하고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회계관리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무당국의 강도 높은 세금추징에 대해 시민들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주류다. 세무관련 한 교수는 "추징을 당하는 병원이나 사업자가 많다는 것은 그동안 탈루소득이 얼마나 많은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국세청의 조치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수성구의 한 한의사는 "성실신고를 해 오니까 오히려 국세청이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더라"며 "국세청의 조사를 떠나 앞으로 건전한 조세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특정 업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요즘 국세청에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한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다 보니 부풀려지고 정기조사인데도 지레 겁을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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