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 달성경찰서는 29일 화물차량에 등유를 사용한 뒤 경유를 넣은 것처럼 속여 유가보조금을 받아낸 혐의로 A(37) 씨 형제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화물차 6대에 등유 26만여ℓ(3억6천674만원 상당)를 사용한 뒤 유가보조금 5천225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 국고보조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대구 수성구의 어린이집 원장 5명이 3월 행정감사에 덜미가 잡혀 경찰조사를 받았다. 수성구 만촌동 한 어린이집 원장 B(58) 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보조금 2천2만원을 경'조사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지산동 한 어린이집 원장 C(56) 씨는 같은 기간 1천981만원을 자신의 보험료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보조금이 행정 당국의 관리 부실로 줄줄 새고 있다.
정부가 공익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와 법인을 지원하거나 특정 산업종사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이 애초 사업과는 무관한 곳에 쓰이거나 부당하게 청구되고 있는 것.
◆허술한 관리'솜방망이 처벌=행정 당국의 관리 인력 부족이 허술한 보조금 관리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시와 일선 구'군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각종 기관과 시설에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관'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인원은 통틀어 1~3명뿐이다.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정부보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실정.
매월 보조금 400만원을 5개월째 받아온 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는 교육활동 강사료 등으로 보조금을 사용했지만, 관련 교육일지 작성은 물론 영수증도 첨부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기초자치단체가 1년에 한 번 일지나 기록부를 통해 점검하는 것이 보조금 관리의 전부이고 현장감독은 엄두도 못 내고 있기 때문. 서구의 경우 공무원 3명이 지역아동센터를 관리하고 더불어 다른 아동복지 업무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된 기관과 시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보조금 횡령을 부추기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수성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2005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보조금이 포함된 어린이집 퇴직 적립금 계좌에서 개인의 연금보험 계좌로 1억2천만원을 자동이체 해오다 감사에 적발됐다. 달성군의 한 어린이집은 원장 가족이 같은 건물에 살면서 가족의 공공요금을 어린이집 관리운영비로 지출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은 부당 지출된 금액을 환수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형사고발이 되더라도 불구속 입건에 그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1천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불법으로 유용할 경우 보육시설을 폐쇄조치하고, 1천만원 이하는 1개월~1년 운영정지하거나 3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했지만, 실제 처벌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는 수법이 지능화되는 점도 문제다.
◆모니터링과 처벌 강화해야=보조금 부당사용과 횡령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보조금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금 전용카드' 사용 확대와 전산통합관리체계 구축, 지출 규모에 상관없는 지출 증빙서류 제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도'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조금 부당'위법 사용 시설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 구체적 처벌기준을 마련하고, 문제가 된 곳에 대해 외부회계검사를 의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재정능력이 없는 법인을 가려내기 위해 심사과정에서 '재정부담계획'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상근활동가는 "최근 복지 예산이 늘어난 뒤 관련 시설들이 난립하면서 행정 당국의 관리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구시나 구'군이 나서서 주기적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이고 문제가 불거진 곳에 대해선 시민들이 알 수 있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보조금 부정사용이 적발되더라도 형사고발과 폐쇄'운영정지 등 행정처분 등 처벌이 구'군마다 제각각"이라며 "앞으로 회계처리 및 운영'처벌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강화된 처벌 조항 등 최근 바뀐 법률을 알리기 위해 시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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