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대구는 삼성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는 우리 현대사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국가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지역이다. 국가원수만 쳐도 무려 4명을 배출한 정치적 메카이고, 삼성그룹을 위시해 코오롱그룹, 대성그룹 등 쟁쟁한 일류 기업집단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기업의 산실이다. 대구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대구에서 사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이러한 자랑과 자긍심은 허공으로 흩어지는 구름처럼 헛된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우리나라 3대 도시 중 하나였던 것이 4위로 밀려났고, 1인당 GRDP는 국내 16개 시'도 중 19년째 꼴찌를 하고 있다. 경북도청마저 내년 하반기쯤 대구를 떠난다고 하니, 나오느니 한숨이다. 대구시에 대책을 추궁해 봐도 뾰족한 대답이 없다. 자체 예산이 부족하여 국비를 받아 사업을 해야 할 판이니 창발적 마스터플랜이 없고 줏대 없이 수동적으로 국가사업이나 민간자본 유치에 목매달고 있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대구시의 정책과 사업은 뒤죽박죽이고 그나마도 표류하고 있다.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우리 대구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랑하는 곳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을 주목해 보자. 박 대통령은 잘하시리라 믿고 삼성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공원 리조트(구름골 동물원)와 경북도청 후적지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대구가 고민하고 있다. 카네기, 록펠러,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손정의 등 위대한 부호들의 이름과 함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름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카네기는 전 재산을 쏟아부어 연고지에 자연사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음악당 등을 지었으며, 록펠러는 록펠러재단을 만들고 거대한 록펠러센터를 조성하는 등 엄청난 사회'문화 사업에 투자하였고,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손정의 등도 이들에 질세라 경쟁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은 현재 세계 9위의 거대기업으로 대구가 그 고향이다.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워낸 이건희 회장은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대구 인교동에서 태어난 대구 사람이다. 이 회장의 통찰력과 카리스마는 대구라는 튼실한 모태에서 나온 것이다. 대구의 많은 인재들이 삼성으로 들어가 오늘의 삼성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그 밖의 대구 사람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삼성을 밀어주고 당겨주었다. 삼성라이온즈에 대한 사랑 또한 전폭적이다. 대구의 삼성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다. 가난한 대구시가 약 1천666억원(약 675억원을 삼성이 부담)을 들여 야구장을 지어 삼성에 25년간 관리운영권을 무상으로 준다는 것은 그 작은 예에 불과하다. 대구 수성구의 대공원 옆 금싸라기 땅(대구스타디움 인근에 계획했던 것을 대공원역 인근으로 옮기면서까지)에 그린벨트까지 해제해가며 야구장을 지어준다는 것은, 삼성이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감안한다면, 삼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돈이 없어 주체적'창발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대구에 삼성이 투자하여 서로 윈윈하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카네기자연사박물관, 코카콜라박물관, 뉴욕구겐하임미술관 등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근에 있는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잘 활용하면 지역개발과 영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애정이 깊으면 없던 수도 나오는 법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놓칠 리 없을 것이다. 대구는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대구의 삼성 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오철환 소설가'대구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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