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와 수익성 위주의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 늘어나면서 범죄를 낳는 공간이 되고 화재'붕괴 위험 등 인근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방치된 빈집 급증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대구지역의 빈집 수는 2만9천766채로, 2000년 1만4천223채, 2005년 1만8천192채에 비해 갈수록 증가 추세다. 이 중 1년 이상 비워둔 집이 1만259채로 전체 빈집의 34.5%에 달했다. 노후건물이 많은 단독주택의 경우 2010년 6천296채로 전체 빈집의 21.2%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 3천781채에 비해 2천515채나 늘어난 수치다.
구별로 보면 2010년 전체 빈집 수는 달서구(6천597채)와 수성구(6천371채)가 많지만, 단독주택 빈집 수의 경우 달성군(1천418채)이 가장 많고 북구(1천87채)와 동구(1천72채), 남구(707채), 중구(604채), 서구(600채) 순으로 나타났다. 빈집 중 단독주택의 비중은 달성군(59.1%)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구(47.3%)와 남구(34.3%), 서구(31.4%), 북구(28.9%), 동구(19.9%)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의 주거환경개선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등 사업성만 고려한 재개발 정책 아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노후주택이 생겨나고 결국 방치된 빈집과 폐가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단독주택들이 많았던 수성구는 사업성을 앞세워 아파트 재개발이 이뤄지고, 정작 낙후된 주택들이 많은 중구와 서구, 남구, 북구 등은 주거환경개선 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
지역의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재개발에 뛰어들었던 민간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방치된 빈집은 더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재개발이 진행되다 경기침체로 사업이 중단'지연되면서 치안 취약지로 전락한 대구 지역 8곳을 순찰강화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중 동구가 3곳(신암'신천'지묘동)으로 가장 많고, 중구가 2곳(대봉동), 남구(대명2동)'북구(칠성동)'수성구(수성1가)가 각각 1곳이다.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빈집을 그대로 놔두면 주변은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황폐화돼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밖에서 감시나 확인이 불가능한 은폐된 곳이 많고 특히 범죄인이 숨는 장소나 도주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화재'붕괴 무방비 노출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이 빈집에 찾아들면서 불장난이나 담뱃불 등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도 크다. 올 1월 25일 오후 1시 50분쯤 중구 남산1동 한 폐가에서 불이 나 목조 1층 30㎡를 태운 뒤 30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오후 시간이어서 신고가 빨라 옆 건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폐가는 평소 주위의 학원생들이 자주 폐가에 모여 불장난을 해왔던 곳이다.
2011년 6월 28일 오후 1시 5분쯤 동구 율암동 한 주택(45㎡)에서도 불이 났다. 철거 예정된 건물이어서 전기나 가스 시설이 없었지만, 평소 학생들이 자주 출입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달 26일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주차장의 승용차 창문을 부수고 차 안에 있던 금품을 훔친 혐의로 A(19) 군이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지난해 11월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살던 집을 나온 뒤 신암동의 한 빈집에서 생활했다. 겨울에 가출한 탓에 폐가에서 홀로 견디기 힘겨웠다. 이불과 음식이 필요했던 A군은 인적이 뜸한 오전 3시쯤 신암동 일대에 주차된 승용차의 유리문을 부수고 카메라와 이불, 현금 등을 훔쳤다. A군의 행각은 동네주민들의 눈에 띄었다. 동네에서 차량털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이 탐문 수사에 나선 결과 A군의 행각은 꼬리를 잡혔다.
빈집은 대부분 노후된 건물이어서 붕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담장이 기울어져 축대로 받쳐놓거나 아예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 벽이 허물어지기도 한다. 김종걸(82'동구 신암동) 씨는 "빈집 마당의 10m 높이 나무는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바람만 불면 이웃집으로 쓰러지려 한다"며 "밤이면 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울어대는 통에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놓기 어렵고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타열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구시는 높이 제한 등 규제를 풀어주면서 사업성만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주택 정책을 유도해왔다"며 "이를 통해 정작 개선이 필요한 낙후지역이 아닌 역세권이고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고층 아파트를 짓는 형태로 재개발이 이뤄져 왔다"고 비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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