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한려해상국립공원 '미륵도 달아길'

100여 개 섬 중 보석섬 선별 한 줄에 꿰어

# 사면팔방 조망 으뜸…테마별 코스도 다양

경남 통영 미륵도는 섬이라기보다는 육지에 가깝다.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일제가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전까지 밀물 때는 섬이었다가 썰물 때는 도보가 가능한 육지였다. 미륵도에는 크고 작은 산과 봉우리들이 즐비한데 그중 미륵산은 해발 458m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다.

정상에 서면 사면팔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극치를 이룬다.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등산코스가 조금 짧다는 것뿐. 미륵산과 현금산을 연계해도 식사시간 포함,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전 그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하나 생겼다. 희망봉(320m)과 망산(255m), 달아공원으로 연결되는 '미륵도 달아길'이 완성된 것이다.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총 100여 개의 도서로 이루어진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 있다. 그중 통영 앞바다 6개 섬을 선별하여 한 줄에 꿰놓은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이름하여 '미륵도 달아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한산도 역사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이다.

미륵산과 연계하는 달아길 종주코스는 미래사에서 시작한다. 케이블카가 아닌 도보로 편백나무 숲을 거쳐 정상 미륵산을 오르는 데 5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는 통제영의 봉수대 터가 복원되어 있고 한려해상의 다도해 조망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전국 국립공원 100경(景) 중 최우수 경관으로 선정됐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봄이면 바다에 흩뿌려진 수많은 섬이 에메랄드처럼 빛이 나는 곳이다.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은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이것은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보여진다"라고 극찬했다.

미륵산 정상에서 미륵치까지는 30분 정도면 족하다. 여기서 먼저 코스를 선택한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산양읍사무소까지는 일단 내려서야 한다. 구멍바위를 지나 현금산을 오르면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고 좌측의 야소마을로 바로 내려서면 1시간 정도다.

미래사에서 산양읍까지의 등산로는 원래 미륵산 등산로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산양읍사무소에서 달아공원까지 이어진 산길이 바로 오리지널 '미륵도 달아길'인 셈이다. 읍사무소 정문 건너편에 '희망봉 등산로'라는 안내 팻말이 보인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임도는 곧장 산 쪽으로 향하다 우측으로 휘어진다. 직진하는 넓은 산길 초입에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설치한 안내 팻말이 보이면 그쪽으로 진입한다.

숲이 우거지고 소나무가 분위기를 돋운다. 등산로는 거의 만점에 가깝지만 조망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신록으로 빛나는 초록 숲 사이로 융단 같은 등산로가 희망봉과 망산까지 꿈결처럼 내내 이어진다. 읍사무소에서 희망봉까지는 약 1.4㎞ 거리로 40분 정도가 걸린다. 정상석 대신에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튼튼한 나무 기둥을 세우고 표지판을 만들어 놓았다. 해발이 320m라 적혀 있지만 최신 등산지도에는 231m라 표기되어 있어 어느 것이 정확한지 조금은 헷갈리기도 한다.

◆서쪽바다 조망 탁월

달아길 최고의 조망처는 다섯 군데. 희망봉 정상과 1'2'3 바위전망대, 그리고 망산이다. 특히 서쪽바다의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근거리 바다의 소장군도와 곤리도, 쑥섬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그 뒤쪽 너머로 추도와 욕지도, 두미도와 사량도가 멋진 배경을 만든다. 바다를 오고 가는 크고 작은 유람선과 쾌속선들이 도마뱀의 꼬리 같은 하얀 포말을 뿜어내는 모습도 장관이다.

제2전망대를 지나면 내림길이다. 등산로 주변에 보라색과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한창이다. 대나무 숲과 철망이 있는 안부를 지나면 달아길의 마지막 봉우리 망산 오름길이다. 처음으로 암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바다가 조망되는 넓은 암반지대가 세 번째 바위 전망대 구실을 한다.

봉전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오르면 망산이다. 산의 높이는 희망봉보다 낮지만 사면팔방의 조망은 으뜸이다. 북동쪽으로 한라산을 연상케 하는 미륵산이 보이고 그 뒤쪽으로 벽방산과 천개산 능선이 첩첩이 이어진다. 동쪽 정면과 남쪽바다 쪽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산도와 거제도, 매물도와 비진도, 연화도 등이 차례대로 조망된다.

원 없는 조망 후 달아공원까지 하산하는 등산로는 매우 가파르다. 15분 정도가 걸린다. 통영팔경의 하나인 달아전망대에는 남해바다 최고의 일몰지로 많은 사람들의 각광을 받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 조망과 아름다운 해변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리는 곳이다.

산행의 목적과 페이스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만들 수 있다. 미래사를 들머리로 미륵산과 현금산, 희망봉과 망산을 거쳐 달아공원으로 하산하는 데 약 14.7㎞에 5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미륵치에서 야소마을을 경유, 달아공원으로 내려서면 약 10㎞에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가장 짧은 달아길 코스는 테마산행이다. 산행 전. 대하소설 '토지'를 남긴 박경리 작가의 묘와 기념관을 먼저 둘러본다. 한산도와 남해가 손에 잡힐 듯 전망이 좋아 생전에 작가가 묻히기를 원했던 곳으로, 지척에 있다. 기념관에는 작가의 친필 원고와 편지 등 유품이 전시돼 있다. 또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실과 작품에 관한 논문 등을 모아 놓은 자료실이 운영된다. 산양읍에서 시작, 달아공원으로 내려서는 데 4.7㎞의 거리에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5인승 이하 차량은 미래사까지 진입이 가능하나 대형버스는 어렵다.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 도로 갈림길 휴게소에서 미래사까지는 포장임도로 2㎞가 넘는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정에 통영시의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에 들러 싱싱한 회나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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