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수필1-낮달

최순단(대구 수성구 동원로)

남들은 내가 밥장사를 하는 것이 팔자라고 했지만, 한 사람은 부모를 잘못 만난 탓이라고 했다. 남들은 손님이 많아 돈 많이 벌겠다고 비아냥거렸지만, 한 사람은 몸이 상해 어쩌냐고 가슴 아파했고, 남들은 몸이 날씬해서 부럽다며 떠들었지만, 한 사람은 그 몸뚱이로 무슨 일을 하냐고 안쓰러워했다. 남들은 창백한 얼굴을 보고 피부가 좋다고 했지만, 한 사람은 피죽도 못 먹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을 아는 이는 오직 한 사람, 군대 간 아들이 그리워 그리워서 올려다본 하늘에 희미한 낮달이 걸려 있다. 한 사람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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