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의 달, 아버지를 가정으로] 요리하는 아빠, 연주하는 아빠

음식 만들며 스킨십…눈빛만 봐도 하모니 척척

◆ 아이들과 요리하는 아빠

준성(7'초교 1년'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아현(5'여) 남매는 매주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빠 김영찬(40) 씨가 강원도 삼척에서 대구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밤 12시가 넘어야 도착하는 아빠를 기다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며 잠을 물리쳐 보지만 매번 곯아떨어지고 만다.

남매는 꿈속에서 아빠가 해주는 요리를 떠올린다. 이번에는 뭘 해줄까? 떡볶이, 스파게티. 호두파이, 아니면 라면….

강원도 삼척 강원대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김영찬 교수는 전날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도착했다. 수업을 마치고 뒷정리를 한 뒤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아이들은 이미 꿈나라로 간 뒤였다. 깨우고 싶었지만 내일 학교를 가야 하기에 참았다. 그 대신 다음날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로 했다.

김 교수는 음식을 곧잘 한다. 특히 일본 요리를 잘한다. 일본 유학 시절 배운 초밥이며 오코노미야키, 메밀국수, 다코야키 등 시간 날 때마다 솜씨를 과시(?)한다. 물고기만 있으면 생선회도 뜰 줄 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며 계란찜, 감자볶음도 자주 하는 요리이다.

"아이들과 요리를 함께 하면 가까워져요. 함께 재료를 다듬고 밀가루를 손에 묻히고 요리를 하다 보면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게 됩니다.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게 되지요."

그래서 김 교수는 여느 아빠보다 아이들의 성격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요리 등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것이다. "준성이는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아현이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샘도 많아 잘 울어요. 그래서 아현이를 대할 때 더 조심스럽게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현이가 간지럼을 잘 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야 더 친해질 수 있어요. 스킨십을 하면서 이야기하면 더 가까워져요. 아현이가 간지럼을 많이 타는 것도 같이 장난치며 알았습니다."

지난달 26일 금요일. 김 교수는 아이들을 위해 호두파이를 준비했다. 요리하기에도 간편하고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오기 전에 다 만들어놓았다.

시식을 한 준성이는 "우리 아빠 요리는 최고예요. 우리 맘을 잘 알고 있어 맛도 최고"라며 맛 평가를 내렸다. 아현이 역시 "아빠가 만든 요리가 엄마 것보다 맛있다"며 보조개를 지으며 생긋 웃었다.

김 교수 가족은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에는 주로 가까운 곳에 여행이나 캠핑을 간다. 물론 요리 담당은 김 교수다. "우리 아빠가 구운 바비큐는 정말 맛있어요. 태우지 않고 맛있게 잘 굽는다"며 옆에서 준성이가 거든다.

엄마 노은주(38) 씨는 아이들이 아빠만 찾을 때 서운하기도 하지만 보기 좋다고 했다. 다른 아빠에 비해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등 남편이 고맙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일찍 대구를 출발해 강원도 삼척까지 가서 목요일까지 강의하고 밤늦게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안쓰럽게 보일 때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요리는 재미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바쁜 사회생활로 평소 대화가 부족한 아버지와 자녀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우린, 아빠와 악기로 말하고 소통해요"

열한 살, 여덟 살짜리 두 딸을 둔 김찬혁(43'회사원'달서구 상인동) 씨는 주위로부터 '딸 바보'란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 없어요. 함께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며 그냥 놀아주면 돼요."

이들 가족이 가장 행복을 느낄 때는 악기를 연주할 때. 대학 때 기타를 배운 김 씨는 기타를 치고, 큰딸 영은(12)이는 바이올린, 둘째 딸 하은(9)이는 피아노를 친다.

"악기는 사람의 마음을 이완시켜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합주를 하기 위해 몸도 마음도 맞추려고 하다 보니 가족이 똘똘 뭉쳐지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악기를 연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웃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김 씨는 딸과의 소통에 있어 악기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일단 악기를 잡으면 즐겁다고 했다. 악기와 소통하니 특별히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냥 연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음을 맞추기 위해 서로 간 대화가 필요한데,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신호인지 금방 알아차려요."

영은 양은 "이젠 아빠와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했고, 하은이는 "이제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는 엄마만 합세하면 우린 가족연주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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