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대섭의 달항아리…동원화랑·수성아트피아서 작품전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권대섭 초대전이 19일까지 동원화랑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권대섭 초대전이 19일까지 동원화랑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달항아리. 그것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존재다. 마치 달처럼 둥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달항아리는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단번에 보여준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가구박람회와 디자인위크가 열리는 밀라노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한국공예전이 지난달 막을 올렸고, 이 가운데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조선시대 많은 화가들이 갖고 싶어 하던 작품 달항아리. 고 최순우 선생은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후덕함을 지닌 항아리라고 했다. 그랬던 달항아리가 오늘날은 현대적인 미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권대섭의 작품전이 19일까지 동원화랑(053-423-1300)과 수성아트피아(053-668-1566) 공동기획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달항아리 15점, 그리고 다양한 형태와 색의 막사발 등 다완 20여 점이 전시된다.

"그동안 제 곁에 두고 보려고 아껴두었던 달항아리들을 모두 보여드립니다. 15년 전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자리에 두고 본다는 것이 제게도 의미가 있는 전시죠."

작가는 최근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렸던 한국공예전의 피로감이 채 가시지 않은 눈치다. 한국공예전 정식 오픈 전인 프리뷰 행사에서 이미 전시했던 달항아리 세 점이 모두 판매됐다. 많은 외국인들이 'K팝도 좋지만 한국 공예가 훨씬 좋다'고 말하며 달항아리 앞에 서서 저마다 상념에 잠겼다.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20대 후반, 인사동에서 조선 백자 한 점을 운명처럼 만났다. '이게 정말 진짜구나'라고 생각한 그는 서양미술의 길에서 벗어나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랬던 지금, 30여년 후 거꾸로 서양미술에서 최고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0, 300년 전 조선백자가 가진 의미와 지금의 인기 비결은 어떻게 다를까.

"현대적인 맥락에서 달항아리는 여전히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요즘 미니멀 아트와 맥이 상통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기가 많죠." 실제로 지난해 대구아트페어에서 이 배의 미니멀 작품과 권대섭의 달항아리가 한 공간에 전시돼 호평 받았다.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특히나 기품 있고 늠름하다고 평가받는다.

달항아리를 만드는 데에는 한달쯤 걸린다. 모양을 성형해서 건조시키고 900도로 초벌을, 1천300도로 재벌을 하고 난 후 가마에 넣는다. 3개를 넣으면 한 개를 건질 수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어렵다. 사람의 손길은 물론이고 불과 흙과 공기, 시간이 모두 함께 만드는 것이므로 작가는 그 앞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무심한 듯하면서 예리한 긴장감이 달항아리에 서려 있다.

손동환 동원화랑 대표는 "분청은 숨을 구석이 있지만 백자는 숨을 곳이 없다. 권대섭의 항아리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매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윤익영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은 "권대섭의 작품은 백자의 기술과 정신이 녹아든 명품들이다. 그릇의 근본만을 남겨 놓았다"면서 "미니멀리즘은 작품 자신 밖의 그 모든 외적인 요소들을 불순물처럼 여기고 그것들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싶어한다. 그간 잊힌 백자의 현대성이 오늘날 한 사조로 부상된 미니멀리즘 예술과 얼맞고, 전통과 현대의 교차로에서 만난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한 그릇, 무심에 가까운 차가운 백자를 만날 수 있다. 넉넉한 달항아리의 미감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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