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성구청 맞은 편의 범어도서관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했다. 이달 말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된다. 정식 개관은 7월 말쯤으로 잡고 있다. 벌써부터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나 친구나 연인들의 약속 장소로 인기다. 잘 지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골치거리인 도서관을 '적당하게' 모양만 내고 날림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법정 다툼 직전까지 갈 정도로 시공사인 두산건설과 수성구청의 관계가 영 껄끄러웠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정말 근사한 '물건'이 들어선 것이다.
범어도서관 건설 현장을 줄곧 지켜온 김찬호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범어도서관 외부에는 네 가지 명물이 있다고 했다. 책을 펼친 모양의 통풍구, 책 조형물로 바뀐 물품 반입구, 물고기와 연관이 있는 범어(泛魚)라는 지명을 살린 물고기 조형물 그리고 민족시인 이상화의 '비 갠 아침' 시비 등이다.
이런 명물이 들어선 것은 두산건설의 김창범(43) 범어도서관 현장소장 덕분이다. 수성구청과 범어도서관 관계자들의 입에서 한결 같이 나오는 소리다. 이상화의 시를 선택하는 것까지 김 소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이 아니라 수성구청 이나 도서관 관계자들의 이야기라 믿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범어도서관 건설 현장은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바로 옆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허가 조건으로 기부채납된 시설이었다. 그 과정에서 공사 중단과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이 이어져 당초 예정보다 완공 시기가 3년 넘게 밀렸다. 김 소장의 열정은 이런 안 좋은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두산건설의 대표(이병화 두산건설 부사장의 표현)라는 소명의식과 전문가로서의 열정이 밋밋할 뻔했던 범어도서관을 그야말로 '명품'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소장은 이 건물이 도서관이면서도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개념을 갖고서 도서관 전면의 각종 조형물 설치와 조경공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심지어 아침마다 나무에 물을 줘서 잘 자리잡도록 하는 일까지 김 소장이 도맡았다. 신종원 범어도서관장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며 "한 사람의 노력과 열정이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고 느끼는 바가 많다"고 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 역시 김 소장 칭찬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 청장은 7월 개관식 때 김 소장에게 수성구민을 대표해서 정성어린 감사의 뜻을 전할 생각이라며 만나는 이마다 김 소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도 달구벌대로와 맞닿아 있는 범어도서관 전면 계단에는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 하다'라는 책을 펼친 모양의 이상화 시비가 찾는 이들을 맞고 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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