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책, 새로 태어나다… 다시 돌아온 중고서적 인기

추억·희소성 등 가치소비 확산…2년새 2배 커져 450억대 시장

대구 수성구 범어동 물레책방에서 중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 범어동 물레책방에서 중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남문시장 입구의 코스모스 서점 내부.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우태욱기자
대구 남문시장 입구의 코스모스 서점 내부.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우태욱기자

직장인 김형인(29) 씨는 지난 주말 집에 쌓여 있던 책 30권을 골라 헌책방에 팔고, 대신 12권의 책을 새롭게 골라왔다. 김 씨는 "집에 둬도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이 꽤 많아 이들을 골라 새롭게 읽고 싶은 책으로 교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커지는 중고책 시장

대구에서 중고책 거래의 '메카'로 손꼽히는 곳은 남문시장 입구에 위치한 코스모스 서점(csbook.co.kr)이다. 매장에만 2만 권 이상, 인근 5층 창고에 100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절판된 책에서부터 고문서,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옛날 만화책까지 없는 것이 없다. 서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먼지 냄새를 품은 책들로 천장까지 가득 차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한 코스모스 대표는 "1950년 문을 열어 63년 동안 3대를 이어 헌책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며 "한때는 헌책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줄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도 했지만 이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으로 요즘은 하루 60~70명 이상이 매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고 골목길에 위치한 '물레책방'은 중고서점이자 지역민들의 인문학 사랑방 역할을 하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장우석 대표는 "한때 헌책방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추억의 장소들이 자꾸 사라져간다는 사실이 아쉬워 중고서점 겸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물레책방을 운영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헌책방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현재 물레책방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헌책방에서 사오고 있다"고 밝혔다.

물레책방에서는 헌 책을 구매하는 것과 함께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5월에는 다큐멘터리 상영을 비롯해 차를 마시면서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문 토크 모임', 지역 작가가 직접 낭송하는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 콘서트'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1일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서점 대구점은 알라딘의 11번째 오프라인 중고 매장이다. 도시철도 중앙로역에서 도보로 바로 연결되는 미도빌딩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장르별로 책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6개월 신간,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 역대 베스트, 옆집 서재에 있던 책 등 중고서점만의 코너 구성도 재미있다.

◆왜 중고책이 인기일까?

중고책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들이 중고책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오프라인 중고서점까지 하나 둘 늘고 있어 중고책 매매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서적 구매패턴을 만들고 있다.

중고서점의 가장 큰 매력은 다 본 책을 처분하고, 새로운 책 역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 읽은 책은 평균 20~30% 선의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중고책 구매 역시 정가의 절반 정도 수준이면 가능하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이어 중고책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교보문고, 예스 24, 인터파크 등 기존 인터넷의 굵직한 업체들이 모두 중고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책 시장 규모는 2010년 25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5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중고책 시장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자기계발서나 처세서 등 베스트셀러 주기가 짧아진 점도 한몫한다.

인터넷 시장의 확대 역시 중고책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직접 헌책방을 찾아 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온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해당 인터넷 사이트의 매입 기준을 잘 살펴본 뒤 판매할 도서를 등록한 뒤 택배를 통해 책을 보내면 손쉽게 책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스모스 서점 대표는 "첫째 가격이 정가의 절반 이하로 저렴하며, 둘째 기존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절판 도서를 찾을 수 있으며, 셋째 옛날 고서와 희귀본 혹은 향수가 깃들어 있는 추억의 책 등을 고르는 재미가 있고, 넷째 전통시장처럼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가 있다"고 정리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중고서점의 인기는 불황이라는 현재의 경기상황과 맞물려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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