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왕과 아들

왕과 아들/강문식'한명기'신병주 지음/책과함께 펴냄

'아버지와 아들은 전생에서 서로 원수였다'는 말이 있다. 부자관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였다. 이처럼 어려운 관계인 아버지와 아들은 왕과 아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태조와 태종, 태종과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의 범상치 않은 부자관계를 탐색한다.

이방원은 아버지의 왕업에 가장 큰 걸림돌인 정몽주를 살해하여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파탄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도전해 이복동생을 죽이고 정도전 등을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대업을 위한 길을 닦아나간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을까. 태종은 양녕대군의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양녕은 공부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못했던 태종은 종사를 위해 왕세자를 바꾸었지만 부정만은 끝내 거두지 못한다.

영조에게 사도세자는 마흔 두 살에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영조는 아들의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불행하게도 아들은 영조의 마음에 차지 못했다. 세자는 말이 없고 행동이 날래지 못해 성격이 세심하고 민첩한 영조를 늘 답답하고 화나게 만들었다. 또 크면서 공부에 관심이 없고 놀이에만 열중해 영조의 기대를 저버렸다. 날씨가 궂은 것까지 아들의 탓으로 돌렸다. 아들은 점점 병약해져갔고, 결국 세자는 영조가 직접 뚜껑을 닫고 자물쇠를 채운 뒤주 속에서 8일만에 한 많은 세상을 마감했다. 이 책은 권력과 부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했던 왕과 그의 아들들에 대해 보여준다. 왕 역시 한 아버지일 수밖에 없었고, 아들 앞에서 기대를 걸고 좌절하고 고민하는 인간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55쪽, 1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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