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 대구 경북 대학생 문화 잡지 '모디'가 1주년을 맞았습니다. 작년 5월 잡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모아 둔 돈도 없이, 대학생들끼리 '만들어 보자' 해서 세상에 나온 잡지였으니까요. 저희 스스로도 모디가 과연 1년을 채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미숙한 결과물들이었지만, '대구 경북 지역에서 대학생들이 만들어 내는 좋은 시도다, 대구 문화에 좋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시선으로 많이 바라봐주셨고, 관심 가져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격려와 응원에도 맘 편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의미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부분인 재정의 문제가 항상 숙제로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1년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재정적인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요즘 정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교 내에서도 청년창업 지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등을 육성하는 사업을 통해서도 다양한 가치를 지닌 창업 여건 또한 조성되어 가는 듯합니다. 그 덕택인지 모르겠지만, 모디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이런 창구를 이용하여 창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대학 내 창업 동아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활동이나 일의 폭이 작았다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는 친구들이 꽤 늘어난 것입니다. 돈 벌기 힘들다는 문화예술 쪽에서 창업을 하는 친구들도 생겼죠.
하지만 이런 지원 사업에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모디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과연 청년의 창업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좋으나, 그들의 창업이 단순히 대학생들의 프로젝트가 아닌 사회에서의 엄연한 '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모든 사업이 초기에는 불안정하고 힘든 것은 매한가지이겠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대학생 창업자 몇몇은 '창업'을 단순히 하나의 스펙으로 생각하거나, 아이디어에 기대어 요행을 바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 그 경우는 지원금 내에서의 안전한 시도로, 창업의 목적이 지원금을 다 쓰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혹 그들의 사업이 잘 풀려나갈지라도, 자기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에, 사업의 지속으로 이어질지는 보장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예는 보다 '진실된 창업'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제도가 있다면 점점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위의 우려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제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고, 새로운 창업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이미 잘 알려진 성공적인 지원 사업의 예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관심'이 있을 때 청년들의 진실된 창업은 가능할 것입니다.
더불어 요즘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하는 청년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지역의 대학생들이 소비자가 아닌 직접 생산자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이런 청년 창업자들에게는 단지 이들의 사업을 '수익'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사회적인 가치'를 같이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나아가 이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그 일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젊음의 진짜 자산은 어쩌면 '배고픔' '도전 정신'이 아니라, 바로 젊음을 지원하는 '선배들' '어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패를 받아들여 주고, 또 그것을 통해 배워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뒷받침', 그러한 사회적 제도와 배려가 없다면 '청춘'은 정말 말 그대로 '배고픈 청춘'으로 남아버릴지 모릅니다.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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