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먼저 도달하기 위해 죽어라 달린다. 동행이 많아 잠시도 쉴 수 없다. 쉬다간 다른 사람들보다 목표지점에 늦게 도착할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린다. 왜 가는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달리고 달린다.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 깨닫는다. '여기에 왜 왔지? 내가 바라던 곳이 아닌데….' 자기의 꿈이 무엇인지 미처 알지 못한 채 졸업하는 대학생의 방황을 그려보았다.
급변하는 산업 구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직업 개수가 2만 개를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직업 분화로 조기 진로교육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어떤 일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알기 힘들었다. 지금도 적성이나 흥미는 뒷전이고 성적에 맞춰 대학, 학과에 지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진로교육은 아이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일을 선택하게 하고, 아이가 선택한 일을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이다. 얼마 전부터 진로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이지는 못하다.
진로교육의 선도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그룬트슐레 4년)를 졸업하면, 대학교육을 준비하는 학교(김나지움) 또는 직업교육을 준비하는 학교(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하게 된다. 중학교 진학 때 아이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다.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물론 교육체계나 환경 등 여러 가지가 다른 우리로선 독일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기 진로교육의 중요성은 새겨볼 만하다.
진로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진로교육을 위해 부모는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무슨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중'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업 부담이 적다. 그래서 아이에게 가능한 한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할 기회를 줘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게 하면 좋겠다.
또한, 진로교육에서 부모의 생각, 판단 그리고 배려가 중요하다.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가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아이의 꿈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아이의 꿈은 자주 변한다.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가 이런저런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2년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부모와 아이가 희망하는 직업의 일치 비율이 22% 정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는 흥미있고 개성 있는 직업을 원하는데 부모는 아이가 안정과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희망하고 있다. 전통적 직업 서열에 익숙한 부모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의 행복한 삶은 조기 진로교육에서 시작된다.
글'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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