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문장은 '지식채널e'의 '메시지'가 되고, '필'은 '콘셉트'가 되고, 좌충우돌은 '브레인스토밍'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획에서 처음부터 결론짓지 않고 확신이 들 때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분위기는 제작진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자리 잡는다.(김진혁의 '감성 지식의 탄생' 중에서)
현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집단지성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의 핵심은 바로 직관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이해와 설득의 시대에서 공감과 교감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문자 텍스트가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바뀌고, 모바일 인터넷이 등장하고, 대안미디어,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콘텍스트(맥락)적인 것이 더욱 중시되었다.
'지식채널e'는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지식을 직관으로 바꾸어 지혜의 샘이 솟게 했다'는 김진혁 PD의 목소리를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집단지성이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처음부터 결론을 만들지 않고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질문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본질이다.
2012년 다양한 토론, 책쓰기 관련 행사들이 있었다. 행사에 대한 기본 계획에는 항상 '키워드'를 제시했다.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 선포식의 키워드는 '시민과의 만남'이었고,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은 '우리 시대의 가족을 말하다', 토크 콘서트 친구는 '우리 시대의 친구를 말하다', 책축제는 '책으로 행복한 대구교육가족', 마지막으로 사제동행 디베이트 어울마당은 '우리 시대의 학교를 말하다'였다.
토론교사지원단과 책쓰기교사지원단은 키워드만 공유하고 워크숍을 통해 질문을 반복했다. 질문 공유의 핵심 키워드는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처음에 수립한 계획은 워크숍 과정에서 대부분 수정되고 변형되었다. 워크숍이 반복되면서 모두의 마음에서 '나'의 생각은 조금씩 사라지면서 '우리'의 생각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기획된 행사가 아니라 기획해가는 행사였던 셈이다. 그 과정을 중시했다.
지원단 교사들은 지시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어가는 주체였다. 내가 할 일은 수많은 생각들을 수용하고 조정하는 일만 담당했다. 이따금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수많은 의견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당연히 행사가 끝난 다음의 뿌듯함과 행복감은 내 몫만이 아니라 교사 전부의 몫이었다. 그 행복은 참가한 학생들, 교사들, 학부모들에게 옮겨갔다.
새 학기가 되고 독서와 관련된 많은 정책들이 공문을 통해 학교로 전달되었다. 4월에는 대구지역을 7개 권역으로 나누고 바쁜 시간을 쪼개 지역마다 독서 담당 교사들을 만나러 나갔다. 조금 힘들었지만 나에게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교사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얼굴을 직접 대하면서 대구 독서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생각은 조금 다르겠지만 선생님이라면 '학교와 학생의 행복'에 대해서는 키워드를 최소한 공유하고 있으리라 믿었다. 소통의 현장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분명 내 동료들이었다.
언젠가 뜻을 함께하는 사람을 '동지'라 하고, 삶을 함께하는 사람을 '동료'라 한다고 말했다. 뜻을 함께한다는 것은 돌아설 때 배신이라는 굴레가 씌워진다. 하지만, 삶을 함께하는 사람은 절대 돌아서지 않는다. 이미 다름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공동체는 뜻보다는 삶을 함께하는, 동지보다는 동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다. 그런 공동체에는 적이 없다. '틀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공동체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해체되고 다시 생성되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래야 공동체는 발전한다.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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