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활동의 근간인 수업을 바꿔 학교를 변화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의 주입식 수업 대신 교사'학생 간 소통을 강조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 방식을 적용,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살리려는 시도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일본 도쿄대의 사토 마나부 명예교수가 붕괴된 공교육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주창해온 수업 방식.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는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어선 안 되며, 제대로 된 배움은 함께하는 데서 나온다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모둠 수업을 통해 학생 간, 학생과 교사 간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는 한편 수업을 공개해 교사들이 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특성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관계기사 18면
경기 지역 혁신학교 일부에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는 대구고등학교가 2011년부터 이 방식의 수업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학생들의 학력도 떨어지면서 일부 교사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수업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가지면서 시작했다.
첫해에는 이 방식의 수업을 도입한 교사가 2, 3명에 그쳤다. 하지만 교실에 생동감이 돌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본 교사들이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전체의 절반인 30여 명의 교사들이 배움의 공동체 수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권민수 교사(수학)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학생들이 듣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학생들이 서로 도우면서 학습하면 수업이 즐거워질 수 있고, 학생끼리도 가까워져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고는 교사들이 올해 초 일본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등지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적용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구고 이용도 교장은 "교장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이 방식이 안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부적인 시행 방법은 학교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더라도 같이 배우고 함께 자란다는 기본 철학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는 올해부터 전 과목에 걸쳐 이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또 매주 목요일 수업 공개 행사를 가진 뒤 협의회를 열고 각 교사가 관찰한 모둠의 학생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현진(2학년) 학생은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설명해주실 때보다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다 보니 수업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며 "친구들과 더 친해진 것도 이 수업 방식의 장점"이라고 했다.
한원경 교장은 "학생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수업이 의미가 있다"며 "학교의 본질인 수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학교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도 이 같은 움직임에 호응, 올해 교실수업 개선 희망학교 44곳을 선정해 운영비를 지원하고 관련 연수를 계획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획일적인 교수법을 개선'적용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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