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 라이온즈는 32년째인 올해 4월 21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2천100승 고지를 밟았다. 3천810경기째 만이다. 원년 개막전 이만수(SK 감독)의 1호 홈런, 이선희(한화 2군 투수코치)의 끝내기 만루 홈런 허용 등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잉크자국을 남기며 프로의 문을 연 삼성은 이승엽의 한 시즌 아시아 최다홈런의 순간을 만끽했고, 오승환이 개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는 장면을 연출하며 6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컵(1985년 통합우승 포함)을 들어 올렸다. 국내 최고 명문구단으로서 입지를 굳혀가는 삼성. 이는 그라운드에서의 환호와 탄식, 투혼의 순간이 빚어낸 값진 결과다. 프로야구사에 삼성이 남긴 기록을 더듬어 그라운드를 감동으로 물들였던 그때 그 순간을 찾아가 본다.
(1)폭풍 질주, 개막 10연승
역사적인 9구단 체제의 출범을 알린 2013년 프로야구는 초반부터 엉뚱한 데 관심이 쏠렸다. 연패를 거듭한 한화 이글스의 첫 승이었다. 최근 몇 년간 바닥권에 머문 한화는 그라운드를 떠났던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며 순위상승을 노렸지만, 개막하자마자 긴 연패의 늪에 빠졌다. 프로야구 사상 개막 13연패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서야 거둔 첫 승리에 백전노장 김 감독은 눈물을 훔쳤다. 그만큼 연패가 준 고통은 컸다.
반대로 개막하자마자 연거푸 승리를 거두며 개막 최다 연승의 기록을 쓴 감독의 기분을 어떨까. 공교롭게도 10년 전인 2003년 김응용 감독이 삼성 더그아웃에서 그 기분을 맛봤다. 10년 세월을 두고 '천당'과 '지옥'을 오간 김응용 감독. 어느 순간이 더 기억에 남을까.
삼성은 2003년 4월 5일 대구시민야구장서 열린 두산 베이스와의 시즌 개막전서 이승엽이 홈런 2개(1회 2점'3회 2점)를 때려내며 첫 승리를 거둔 후 두산과의 홈 2연전, 롯데와의 3연전, 한화와의 3연전서 내리 승리했다. 그리고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와 맞붙은 경기서 2승을 올리며 연승행진 이어갔다.
개막 9연승을 거둔 4월 15일. 삼성 양준혁은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골고루 뽑아내 개인 2번째이자 프로야구 통산 11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수립했다. 1996년 8월 23일 현대전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양준혁은 사이클링 히트를 두 차례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 있다. 이튿날, 삼성은 현대 심정수, 박진만, 정성훈에게 3개의 홈런을 허용했지만, 6회에 터진 김한수의 3타점 역전 홈런과 9회초 투아웃 풀 카운트 상황에서 터진 마해영의 솔로 홈런으로 현대를 누르고 대망의 개막 10연패를 완성했다.
그러나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은 현대 외국인 투수 바워스와 조용준에 막히며 1대5로 져 개막 후 11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2002년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은 그 전력 그대로 2003년 시즌을 열며 10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질주로 '무적 삼성', '삼성 시대'를 알리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기록 확인 결과, 삼성이 10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상대팀들은 무려 투수 40명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삼성의 질주만큼이나 시선을 모은 건 롯데였다. 4월 20일 대전구장에서 한화에 9대0 완봉승을 거둘 때까지 개막 12연패를 당했고 이 기록은 올해 한화가 13연패를 당하며 비로소 개막 최다연패의 불명예 주인공 이름이 바뀌었다.
쳤다 하면 안타였고 던졌다 하면 스트라이크를 잡았던 삼성은 그러나 임창용의 간통사건 피소(5월 5일), 에이스 엘비라의 부진에 흔들렸고, 8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유격수 브리또가 수비도중 롯데 박기혁과 부딪혀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까지 엄습, 창대하게 열었던 시작에 비해 마무리를 잘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인 9월 10일 한화전서 이승엽이 시즌 53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관심은 온통 1964년 왕정치가 세운 한 시즌 아시아 최다홈런기록(55개) 경신 여부에 쏠렸고, 이 바람에 다른 선수들은 '들러리' 신세가 됐다. 선수단 분위기는 좋지 못했고, 불만도 터져 나왔다.
10월 2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서 이승엽이 롯데 이정민으로부터 56호 홈런을 터뜨려 신기록을 작성했지만, 삼성은 시즌을 3위로 마감했고 준플레이오프서 SK에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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