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뜩이나 어려운 전통시장… 경찰, 불량식품 단속 두 달

상인들 자체 정화 분위기 확산…경찰 증거물 수사력 강점, 전문성 떨어져

#1. 대구 남부경찰서는 6일 허가 없이 수입 냉동꽃게로 게장을 만들어 전국에 판매한 혐의로 A(34)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대구 남구 주택가에 무허가 식품제조시설을 차린 뒤 중국과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냉동꽃게를 양념'간장게장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주부 판매원 30여 명을 고용해 전국의 전통시장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게장(8억원 상당)을 팔아왔다.

#2. 대구 수성구 신매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모(53) 씨는 불량식품 단속 소식을 듣고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 씨는 "경찰에서 연락이 와 노점상에서 파는 물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며 "상인들 사이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고 불안해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량식품 집중 단속에 나선 지 두 달이 되면서 성과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인들의 자체 정화 분위기가 만들어진 반면 식품단속 과정에서 경찰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전통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인 자체 정화 분위기=대구경찰청은 단속을 시작한 3월 8일부터 최근까지 80건에 102명을 검거했다. 위반 내용별로 보면 원산지 거짓표시 23명, 무허가 도축 및 가공 유통 18명, 유해식품 제조 및 유통 22명, 허위과장광고와 표시위반 9명, 기타 30명 등이다. 경북경찰청은 같은 기간 70건에 115명을 단속했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번 단속을 자체적으로 시장 상품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서남신시장 상인회는 불량식품을 가려내기 위해 원산지 푯말을 직접 만들어 붙이는 등 상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에 나섰다. 상인회가 직접 나서서 상인들에게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고 오래된 식품은 폐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일부 음식점은 손님이 음식을 먹고 탈이 났을 때 보상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현호종(46) 서남신시장 상인회원은 "혹시 나 하나 때문에 전체 상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는 않을지 스스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상인들의 눈에는 질이 떨어지는 상품이 보이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면 고소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고,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식품은 가판대에서 내릴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시민들도 이번 단속을 통해 불량식품이 근절돼 마음 놓고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부 이가은(33'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는 "그동안 식품을 사면서 원산지표시가 정확한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며 "불량식품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을 잡아들여 엄하게 처벌한다면 다시는 같은 짓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전문성 부족'전통시장 신뢰 추락 우려=불량식품 단속현장에서 경찰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식품단속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산물품질관리원,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관 등의 전문 업무 영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은 전문 장비를 동원해 유전자나 원산지 확인, 식품 위생상태 단속을 현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단속 이후에도 성분검사를 통해 원산지와 인체 위해성분을 가려낸다.

반면 경찰은 영장이 있어야만 업소 진입과 증거물 압수가 가능하다. 또 문서를 통해서 식품의 유통경로를 확인하는 등 수사력에는 장점이 있지만 농축산물을 눈으로 보고 식별할 수는 전문성은 부족하다. 경찰 관계자는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자체 특별사법경찰관은 고기에 양념을 발라 놓아도 색깔만으로 원산지를 구별하고 심지어 뼈에서 고기를 발라낸 절단면만 보고 어느 나라에게 도축됐는지 판별할 정도로 전문성을 지녔다"며 "반면 경찰은 눈으로 국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번 단속이 경기침체와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어렵게 하지 않을지 우려했다. 단속에 적발된 식품 대부분이 전통시장에서 취급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것. 외국 냉동꽃게를 게장으로 가공한 A씨 등은 이를 전통시장에 팔아오다 적발됐고, 지난달 23일 불량 참기름을 만들어온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B(45) 씨 등 3명은 대구 전통시장에서 동물 사료용으로 쓰이는 폐깻묵을 수거해 참기름을 만들어온 것이 드러났다.

서문시장 관계자는 "몇몇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전체 전통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3, 4명씩 단속반이 시장을 다니면서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이 마치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볼까도 우려된다"고 했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기범죄가 늘어나 업무 부담이 커졌는데도 식품단속에 매달리고 있다"며 "지자체나 식품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기관에서 단속을 꾸준히 전개해나가는 것이 불량식품을 뿌리 뽑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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