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준우(가명'38) 씨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박 씨는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자동차를 사주고 놀이공원에서 놀아준 뒤 녹초가 됐다. 하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동료 결혼 축의금, 부모님 용돈, 은사님 선물 등 속칭 '뭉칫돈 랠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결혼기념일도 이달에 있어 첩첩산중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120만원을 썼고 올해에도 비슷한 뭉칫돈이 들어갈 지경이다. 박 씨는 "지난달 받은 상여금은 5월에 고스란히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직장인들이 각종 기념일과 결혼 성수기가 몰려 있는 5월을 맞아 목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뭉칫돈 랠리'가 부담스러운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기념일을 4월로 당기거나 6월로 미루는 대안을 짜낸다. 각종 기념일마다 사람들이 곳곳에 몰려 외려 짜증 섞인 기념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 비용만 지출해 뜻하지 않은 적자 가계를 피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직장인 손흥찬(39) 씨는 몇 년 전부터 아내, 아이들과 상의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기념일을 바꿨다. 굳이 그 날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손 씨는 "5월에 지출하는 목돈은 경조사비와 스승의 날에 들어가는 게 전부라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며 "어차피 기념일 당일이 되면 외식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아이들과 놀러 가는 곳마다 인파로 미어터지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미혼 직장인 이훈(32) 씨도 5월이 무섭다. '가정의 달' 때문이 아니라 '결혼 성수기' 때문이다. 입사 4년차인 이 씨가 최근 3년간 평균 5월에 지출한 항목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 건 경조사비. 이 씨 본인이 결혼할 때 돌려받을 돈이라는 상호부조의 의미가 강하지만 한꺼번에 결혼식이 몰리면 당혹스럽다. 이 씨는 "한 달에 결혼식이 6건 있은 적도 있다. 60만원이 나간다. 만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결혼식이 있게 되면 지출이 더 커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혼 직장인들도 첩첩산중이다. 특정 달에 쏠린 이 같은 부담 탓에 일부에서는 아이디어를 짜내 목돈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있다. 직장인이면서 주부인 신유경(37) 씨는 결혼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왔다. 가족들에게는 감성을 자극하는 자필 편지와 함께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는 게 마음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신 씨는 "굳이 큰돈을 들여 선물하는 것보다 속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가정의 달에 더 어울린다"며 "특히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들의 생신 때는 약간의 용돈과 함께 편지를 드리고, 어버이날에는 평소 필요로 하는 2만~3만원대의 선물과 함께 편지를 전한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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